고로쇠여행, 만물소생 에너지여행 제철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과거 대부분의 농민들은 봄 기운이 움터오던 늦겨울, 산성 토질을 중화시켜 좋게 한다는 이유로 밭과 들의 마른 풀들을 태워 그 재로 알칼리성을 보충했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는 갑작스런 강풍을 맞았을때 산불로 이어지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씩 사람에 의한 농촌,산촌 춘삼월 화재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3월5일 이후엔 이처럼 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과학에 기반한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3월5일은 경칩이다. 원뜻은 ‘벌레들이 놀랜다’는 것인데 우리는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풍자로 많이 알고 있는 날이다. 겨울이 완전히 가버렸다는 말을 “경칩인가봐”라고 표현했다.
개구리, 겨울잠 깨다 [헤럴드DB] |
기상학,생태학적으로 경칩 이후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기 때문에, 불을 놓을 경우 많은 생명체들이 상처를 입어, 오히려 생태계에 해를 가한다고 한다.
소생하는 만물 중엔 사람도 있어, 경칩 때엔 생활도구와 담장, 석축 등을 정비하고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고 문헌들은 전한다.
우리 역사 수천년간 행했던 풍년 축원 선농제는 4월 곡우, 가을 추수때 지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경칩이 지난 돼지날(亥日:알고 보면 매일매일 12개띠 간지가 있음)때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경칩과 춘분 사이는 고로쇠 수액도 마실 겸, 소생하는 산천의 기운을 흡입할 겸, 고로쇠여행, 일찍 피어난 봄꽃여행을 떠나는 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경칩은 현대인들에게 올들어 세번째 새출발 기회를 주는 때이다.
1월1일부터 다짐했던 것이 여의치 않을때 설명절때 다시 다짐해보고, 이 역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경칩 부터는 “진짜 그거 해보자”고 결심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세판의 끝이니 실행력은 높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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