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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0∼60%’ 홍콩 ELS 배상...재발 막을 시스템 강화해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안은 투자자의 자기 책임성을 높여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불완전판매에 나선 은행에 더 책임을 물었지만 투자자도 45%의 부담을 지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의 20~60%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억울한 투자자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나 투자손실을 은행이 물어주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 배상안은 구체적이다. 설명의무 준수 등을 고려해 23~50%의 책임을 적용하고 투자자의 투자 목적, ELS 가입 경험 , 매입·수익 규모 등을 따져 45%포인트를 가감하도록 했다. 투자자의 개별 상황을 고려해 차등 배상토록 한 것인데, 다툼의 소지는 여전하다.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30회, 50회인지에 따라 달리 배상해야 하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홍콩 ELS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큰 고위험 상품이다. 그런데도 판매사들이 이를 제대로 고객에게 알려주기는 커녕 판매를 강제하다시피한 일들이 다수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창구를 찾은 청력이 약한 고령 고객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데도 “이해했다”고 답하라고 요청하고,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대신해 가입신청서 등을 대신 서명해 가입시킨 경우도 있다. 다른 직원이 고객 역할을 하면서 녹취도 허위로 진행하는 등 위법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판매사들이 실적과 이익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인센티브를 걸고 독려한 게 큰 이유다.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고객 보호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손실 위험이 커진 때조차 판매를 밀어붙였다니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20% 이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에서 취급하지 못하게 했지만 은행의 요구에 물러서고 이번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40만 계좌가 판매됐고 올해 피해규모가 6조원에 이른다. 은행 배상 리스크는 국내 은행 신용평가를 낮춰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불완전판매를 조장한 금융사에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투자 책임도 온전히 개인이 지는 게 상식이 된다. 정부가 자꾸 개입하면 기본이 무너진다. 이참에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옳은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안전하다고 믿는 은행에서 팔지 못하게 하거나 프라이빗뱅킹(PB)센터처럼 전문가가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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