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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황 수석 사의는 당연, 당정갈등 풀어야 선거도 승산 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20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회칼테러’ 언급이 불거진지 엿새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황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총선을 불과 3주 가량 앞두고 그의 거취가 당정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자 대통령실이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황 수석의 사퇴는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시민사회수석은 사회 저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국정 운영에 참고하도록 하는 핵심 참모다. 더욱이 황 수석은 KBS의 9시 뉴스 앵커 출신으로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기자들을 상대로 회칼 테러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적절치 못했다. 회칼테러는 1988년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정보사 요원이 피습한 사건이다. 황 수석이 뜬금없이 이 사건을 꺼낸 것은 누가 봐도 참석 기자들을 겁박하는 것이고, 나아가 전체 언론에 대한 공개 협박이다. 시민사회수석은 애초 이런 정도의 언론관을 가진 인사가 맡아선 안될 자리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이 다수 여론을 외면하고 그의 거취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자 실망한 민심은 정부 여당에서 더 멀어진 것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정 갈등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 격전지에서 황 수석 사태가 여당 후보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선거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를 감안해서라도 진작 황 수석 거취에 단호한 모습이 아쉬웠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황 수석 문제 뿐이 아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호주대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의 귀국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선거에 지더라도 내 사람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당의 지적을 경청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일선에서 국민들과 접촉하고 있는 당의 목소리가 곧 민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은 사실상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시간만 채워갈 공산이 크다. ‘소수 의석’ 정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윤 대통령 역시 그렇게 남은 임기를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라도 당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황 수석 문제가 매듭된 것은 그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실의 좀더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정부 출범 때 약속한 사회 각 분야의 개혁 완수를 위해서라도 당정 하모니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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