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으론 소멸 못막아, 농촌 살려야” 주장
“핵심고객 눈으로 미래경제전략 수립” 강조
양승훈·박진도·전영수 인구위기 해법 눈길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 |
0.65명.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0년 대한민국은 인구 5000만명 선이 깨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인구 감소는 경제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27.1%는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의 기본은 노동력이다.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타격이 가장 큰 지역은 제조업이 중심인 지방도시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은 쇠락의 징후가 특히 뚜렷하다. 외형적으로는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1위인 부자 도시지만 실상을 보면 장년 노동자와 퇴직자뿐인 ‘늙은 도시’다. 청년층 신규 고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대학은 자동사, 조선, 중화학 등 울산의 3개 산업을 뒷받침할 인재공급처 역할을 못하고 있고, 기술혁신의 주역인 연구소와 엔지니어링 센터는 일찌감치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청년과 여성마저 다른 도시로 떠나고 있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양승훈 지음/ 부키 |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의 저자인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약 5년 뒤 울산 인구가 100만명을 밑돌고, 대기업 작업장에 정규직 생산직이 사라지는 우울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인 인구증가와 로봇기술 발전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용이 잘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도시가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울산이 가진 현재의 산업·기술적 역량을 면밀하게 재평가해 지속 가능한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고진로(high road) 전략’을 제안한다. 고진로 전략은 노동자의 높은 임금과 복리 후생을 보장하고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량을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 기반을 둔다. 때문에 생산성 동맹의 복원은 물론 지역과 정부의 역할이 동반돼야 가능하다.
강요된 소멸/박진도 지음/ 한울 |
반면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은 기획발전특구, 지방소멸대응기금, 메가시티, 스마트팜 등 쏟아지는 각종 정부 대책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 상임고문은 신간 ‘강요된 소멸’을 통해 오히려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성장 중독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지방을 소멸시켜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지역민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적 대전환을 촉구한다. 박 상임고문은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지역을 재생하는 대책으로 ‘농정대전환 3강·6략’을 제안한다. 우리 시대가 당면한 기후위기, 먹을거리위기, 지역위기 등을 해결하려면 농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3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농촌 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지속 가능한 농어업 실현, 농산어촌 주민수당 지급, 농촌 주민자치의 실현 등 6가지 방략을 주장한다.
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 전영수 지음/ 21세기북스 |
인구감소에 대한 대다수의 우려와 달리 인구감소가 단순히 국가적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구통계 전문가이자 인구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간 ‘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을 통해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면 인구감소 국면에서도 부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우리와 가장 유사한 사회 모델을 가진 일본과 서구 선진국의 통계를 국내 사례와 비교·접목해 대안을 제시한다. 전 교수는 총인구는 줄더라도 핵심 고객의 구매력은 상승하는 ‘축소시장의 핵심 고객’을 통계의 눈으로 짚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구변화 속에서도 큰 구매력을 보장할 핵심 고객으로 ▷집을 사지 않을 ‘저축 포기 청년’ ▷고학력, 고소득, 정년연장으로 무장한 ‘70년대생’ ▷지속·확장 소비를 책임질 충성 ‘집토끼’ ▷노년에 돌입한 ‘베이비부머’를 지목한다.
전 교수는 인구감소가 단순히 개인에게 큰 기회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인구변화와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덧붙인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붕괴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가족 형태와 함께 특히 10대 인구 트렌드에 집중할 것을 조언한다. 10대 인구가 공유하는 삶의 가치관과 가족 트렌드가 결국 차세대 유망 사업의 핵심 키워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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