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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1년만에 중국 추월한 미국 수출, 리스크 요인도 살펴야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액이 21년만에 대중국 수출액을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크게 높아져 올해 1분기에는 대미 수출액(310억달러)이 2023년 2분기(309억달러)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액을 넘어섰다. 총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친환경 산업으로의 정책 변화에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신성장·친환경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산 수입이 줄어든 것도 한 몫했다.

대미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활발한 소비·투자가 한국의 직접 수출뿐 아니라 중국·아세안을 통한 간접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서다. 대미 제조업 직접투자(FDI) 확대는 선진국들과의 기술교류를 촉진하고 그동안 중국 중심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것을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다. 미국의 산업구조 특성상 수입 중간재보다는 자국산 투입 비중이 크고 생산비용 수준도 높아서, 대미 직접투자를 확대해도 국내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이 어렵다. 우리 자본이 중국·베트남에 진출했을 때 중소기업 투자 비중은 40% 이상인 반면, 미국은 20%를 밑돈다. 대미 무역흑자에 따른 미국의 무역 제재 가능성도 우려된다. 2017∼2018년 트럼프 행정부 때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시행 등의 기억이 생생하다.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분야에 집중되면서 국내 투자 둔화 및 인재유출 위험성도 크다. 대미 수출 실적에 안심하기보다는 미국의 통상정책이나 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비해 나가야 한다.

대미·대중 수출에 일희일비 하는 것 보다 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수출 강국’의 지속을 위해 긴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알타시아(Altasia)’를 주목해야 한다. ‘대안(Alternative)’과 ‘아시아(Asia)’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중국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14국을 묶은 전략적 개념이다.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수출 전진기지인 인도·베트남·싱가포르, 성장하는 시장인 태국·필리핀 등 7국만 합쳐도 20억 인구다. 제조강국인 우리나라가 잠재력 큰 이들 국가와 시너지를 낸다면 대한민국 수출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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