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정원문화산업학과 3학년에 편입한 김길영 씨가 강의를 듣고 있다.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청춘을 받쳤던 정치생활을 접고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재입학 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65세로 순천에서 국회의원과 시장에 출마했던 김길영씨.(개명 전 이름 김영득).
김씨는 올 초 모교인 국립 순천대학교 정원문화산업학과 3학년에 편입해 뒤늦게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산다. 40년 전 이 대학 사범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한 김씨가 은퇴 이후의 삶을 얘기해야 할 때 다시 대학생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100세 시대를 맞아 아직도 30~40년은 살아야 할텐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좀 이렇게 살아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고, 순천이 정원의 도시이기도 해서 정원문화산업학과를 택해 편입해 뒤늦게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삽니다"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것인만큼 어려움도 많다고 한다.
그는 "나이도 먹고 해서 야간수업을 듣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점도 있고 기억력도 쇠퇴해 금방 돌아서면 잊어 먹어 반복학습을 꾸준히 하면서 수업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소속된 정원문화산업학과는 순천대가 직장인을 위해 개설한 미래융합대학(단과대)에 소속된 5개 학과 중 하나이다.
수업은 주 3회 야간수업을 하고 있으며 직장인을 위해 수능시험없이 내신성적으로 100% 선발되고 있으며 나이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김씨는 "젊은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재미가 있다. MT도 가고 체험활동도 같이하고 중간고사도 같이 치르면서 젊은 감각을 새롭게 배우는 면도 있고 40년 전으로 돌아가 대학 다니던 추억도 새록새록하다"고 말했다.
순천대 정원문화산업학과 학생들이 태안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해 현장 수업을 받고 있다. |
김씨는 순천대학 사범대 농업교육학과(2급 정교사 자격증) 출신이며, 석·박사는 고려대대학원 체육학 박사학위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를 역임했으며 몇 차례 선거에도 출마한 경력이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과는 고교 동창이라고. 김씨는 재입학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기때문에 늦깎이 대학생이라는 것을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가끔 자신을 알아보는 교수와 학생이 있어 쑥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나이 들 수록 더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씨는 눈이 침침해지고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졸업 후 농촌마을 공동체 회복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그는 "시골에 5~6년 정도 살다 보니까 인구소멸과 고령화 문제를 체감할 수 밖에 없다"며 "전라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 크리에이투어 지원사업이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인생 2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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