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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태원법, 안전사회 매뉴얼 위한 진상·책임규명 돼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참사특별법)이 여야 합의를 거쳐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일어난 지 551일만이다. 당시 핼러윈 축제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 사고의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희생자 명예회복과 추모 사업, 피해자 회복을 위한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희생자 유가족들이 피를 토하며 요구해왔던 진상규명 작업이 뒤늦게나마 새로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유가족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라며 “지난 1년 6개월 동안 유가족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삼보일배를 하고, 한겨울 눈밭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오직 진상 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호소했다”고 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난 후 여야가 기존 입장에서 서로 한발씩 양보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도 의미있다. 이날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특검법)은 여당의 반대로 야당이 강행 처리했지만,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성사시킨 협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총선도 끝났고 국회 입법도 마무리됐으니, 이제부터는 오롯이 ‘진실의 시간’이 돼야 한다. 국민의 무참한 죽음과 그 원인 및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법안을 주도한 야당은 혹여 정권을 흔들어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추호도 해선 안된다. 정부와 여당도 ‘성역’을 만들어 특조위 활동을 제한해선 안된다.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여야는 당장 공정하고 유능한 인사들로 특조위를 구성해야 한다. 정치성향을 고려한 인사추천으로 특조위 구성부터 옥신각신해선 결코 안된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위원장 1명에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인사 4명씩 총 9명으로 구성된다.

특별법과 특조위의 활동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국민 안전을 위한 국가와 공권력의 책임을 규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야 사고 예방과 재난 대응에 누가 어떻게 행동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우리 사회의 안전 매뉴얼이 개선·강화될 것이다. 그것이 유가족 뿐 아니라 온국민의 바람이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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