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구역 전경[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
[헤럴드경제(부안)=황성철 기자] 고려 왕실에 진상하는 최상급 도자기를 만들던 전북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 주요 재료인 흙을 가공하던 시설로 추정되는 흔적이 드러났다.
8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부안 유천리 요지 일대에서 고려청자를 만들던 가마와 공방터로 추정되는 생산 시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요지는 도자기, 기와 등을 만들어 굽던 가마와 공방 흔적이 남아있는 터를 말한다.
부안 유천리 요지는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 일본인 학자 노모리 켄(野守健)이 처음 발견한 이후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196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12호 가마 주변을 조사했으며 이후 발굴 조사를 거쳐 12세기 후반-13세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고려청자 가마터와 건물터 등이 발견됐다.
올해 조사는 유천리 토성 안에 있는 2-3구역을 주로 살펴봤다.
그 결과 가마 4기와 공방 터 1곳, 자기 조각, 자기를 구울 때 사용되는 요도구(窯道具)가 묻힌 구덩이 등이 나왔다.
가마는 구릉의 경사면을 따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안에서는 자기를 구울 때 불길이 직접 닿거나 불순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쓰는 갑발, 자기를 가마에서 구울 때 사용하는 받침인 도지미 등이 발견됐다.
공방터는 가마에서 약 6-7m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방터에서는 원형의 도기 항아리 2점과 직사각형 형태의 구덩이가 확인됐는데, 구덩이 안과 그 주변에서는 회백색 점토가 분포해 있었다.
연구원은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연구실에서 점토를 분석한 결과, 도자기의 바탕흙인 태토(胎土)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태토는 도자기에 사용되는 기본 점토로, 도자기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 요건이 된다.
조사 현장에서는 12세기 중반-13세기 전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접시, 잔 등을 비롯해 향로, 참외 모양 병, 주자(注子·음료를 담아 잔에 따르는 그릇) 등도 다양하게 출토됐다.
특히 고려 명종(재위 1170-1197)의 무덤인 지릉과 희종(재위 1204-1211)의 무덤 석릉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한 형태의 접시 조각도 나왔다.
또, 용무늬가 돋보이는 향로 초벌 조각 등 왕실이나 귀족 등 상위 계층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고급 청자도 발견됐다.
연구소는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 고려청자 태토를 가공하기 위한 공방지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면서 “향후 고려청자의 재료와 생산 체계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방 터 전경[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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