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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尹 국민체감 변화 만들고 與 당정관계 쇄신해야

10일로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전날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원내대표로 추경호 의원을 선출했다.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지 한 달만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총선 패배 원인을 묻는 질문에 “내가 해 온 국정운영에 대해 좀 많이 부족했다는 국민의 평가가 담긴 것”이라며 “민생에 있어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당정은 공동운명체로,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당정 체제를 구축하고 민생 현안에 대해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부족했다”는 자성을, 여당 새 원내대표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스스로 내세웠으니, 남은 임기 3년간 당정은 이를 국정운영의 엄중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봄은 깊어 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관련 질문에는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몸을 낮추고 그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자성과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평가할만하다.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을 가감없이 받고, 대통령이 생각을 직접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의 의제들도 내놓았다. 인구 문제를 총괄할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계획을 발표했고, 금융투자소득세폐지·반도체산업지원 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다만 전향적인 입장 발표나 갈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는 없었다. 야당이 요구하는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일단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정갈등이나 연금개혁, 물가관리에 대해서도 기존의 내용을 다시 강조하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기자회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 이어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음 과제는 소통의 도구인 ‘대통령의 말’이 더욱 구체적·현실적으로 되는 것이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남긴 아쉬움은 앞으로 여당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새 지도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통령에 적극적으로 전하고, 정부와 거대야당 사이에서 협치를 이끌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우리에게는 하이 타임”이라고 했다. ‘하이 타임’은 ‘적기, 호기’라는 뜻으로 번역되지만,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때’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민생 회복과 정부의 신뢰 복원에 있어선 ‘골든 타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당정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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