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오월어머니 회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5·18 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5월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염원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욱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 이견이 없을 만큼 전문 수록 자체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개헌의 시기나 방식 등에서 저마다 생각이 달라 정치권이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을 지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헌법은 1897년 개정될 때 전문(도입부)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라는 내용을 수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부분으로, 5·18의 민주화 업적 등을 고려하면 오월 정신도 여기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수록 여론의 목소리다.
더욱이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44년이 지나도록 계속 이어지고 있는 5·18 역사 바로 세우기의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다.
군사정권 시절 폭동과 사태로 불리던 5·18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뒤에도 여전히 왜곡과 폄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근간이 되는 헌법 이념에 5·18을 포함하면 이같은 소모적인 불필요한 논란도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모두 한목소리로 찬성하고 있다.
44주년을 맞아 낸 주요 정당의 논평이나 당 대표들의 목소리도 5·18의 헌법 전문 수록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개헌의 시기나 방식 등에 대해서는 원포인트 개헌, 포괄적 개헌 등으로 의견이 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던 5·18 헌법 전문 수록, 이것을 지킬 때가 됐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었다.
대통령 중임제 등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개헌이 늦어지거나 정치적 이해 관계로 무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현 야권이나 광주지역사회가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하면서도 헌법 수정의 엄중함 등을 고려하면 '국민적 합의와 절차가 중요하다'며 신중하게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헌법 개정은 참 어렵다. 이왕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모든 것을 녹여내는 개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최근 5·18 묘지를 참배한 뒤 "원포인트 개헌보다 포괄적으로 (개헌 논의를 해서) 5·18 정신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4주년 5·18 기념사에서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직·간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5·18 단체 관계자는 "여야가 진정으로 5·18 헌법 수록에 찬성한다면, 이제는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원포인트든 다른 방식이든 지금이라도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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