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50% 이상 불안·우울증…극단적 시도까지
학동참사 추모식에 유가족들이 슬픔과 아픔의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광주 학동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등 피해자들이 사고 이후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안증과 우울증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와 광주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는 9일 학동 참사 3주기를 맞아 광주 동구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상자 7명과 유가족 12명 등 피해자 19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상자 7명 모두 참사 이후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불안증은 85.7%, 불면증은 71.4%가 경험하고 있다.
유가족 역시 12명 중 6명(50%)이 불안증을 겪고 있다. 우울증(58.3%)과 불면증(41.5%)도 심각한 상태다. 특히 유가족의 경우 불안과 우울, 환청과 망상, 적응의 어려움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부상자와 유가족들의 삶의 만족도 역시 크게 낮아졌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부상자 중 71.4%가 '매우 불만족'하고 답했으며,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7명 중 6명이 삶에 대한 큰 불안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전반적인 심리상태 역시 매우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4명은 최근 1년 사이 극단적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했다.
유가족 중에서도 현재 삶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없었다. 전체 응답자 중 58.3%가 삶에 불만족했고, 12명 중 10명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1년 이내 7명이 극단적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 실제 시도한 이들도 3명이나 됐다.
참사 이후 건강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질환이 발생하는 등 신체적인 건강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상자 7명 전원은 사고 이전에 비해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했는데, 응답자 85.7%가 '매우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들은 참사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치료 이후에도 부상 부위의 통증과 기능 감소, 소화불량, 이명, 기억력 감퇴 등을 호소했으며, 만성두통 등 신경계 질환을 앓게 된 부상자가 71.4% 수준에 달했다.
유가족 응답자의 91.17%도 '건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12명 중 9명은 소화물량, 두통, 고혈압, 부정맥 등 참사 이후 다양한 질환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참사 이후 친구나 직장 동료, 이웃과의 관계 등 사회적 관계에서 부정적인 갈등을 겪는 사례도 늘었다.
부상자들은 사고 이후 사회적 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한 비율이 87.7%에 달했다. 유가족도 75%가 갈등을 겪었고 그 중 25%는 상당 수준 이상의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 이후 부상자 5명은 거주지를 옮겼다. 그중 80%가 참사로 인한 피해 때문이었다. 유가족도 41.6%가 '재난 피해의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는 이유로 거주지를 옮겼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참사로 인한 영향이 삶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고 일상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풍백화점참사 등 사회적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동참했다.
한편 광주 학동 참사는 지난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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