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맛, 영양, 건강 ‘일석삼조’
비선호 부위 판매 위한 식당 허가 및 홍보 시급
헤럴드경제 서인주기자 |
[헤럴드경제(담양)=서인주 기자] 선명한 마블링 가득한 한우. 지글대며 붉게 타오르는 참숯을 만나면 육즙과 지방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잘 익은 고기 한점. 소금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는다. 찰나의 순간 마술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수입되는 소고기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한우는 맛과 풍미, 영양면에서 우월적인 입지와 인지도를 자랑한다.
“맛있어요. 그런데 비싸요”. “너무 자주 먹으면 건강에 해롭지 않나요?”
[영상] 담양한우 축산농가/서인주 기자 |
한우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식들이다.
한해 관광객 1200만명이 찾는 전남 담양군이 한우를 브랜드화 하는 사업을 전국 최초로 추진했다. 가격은 10% 남짓 비싸지만 지방을 획기적으로 줄인 건강하고 맛 좋은 저지방한우 프로젝트다.
24개월 이하의 새끼를 낳지 않은 건강한 암소한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인데 탄소저감과 농가소득 증대, 지역관광 활성화라는 포석을 두고 시작했다.
이를위해 담양군과 농업기술센터, 축산농가가 뭉쳤다. 사업단은 맞춤형 사료를 개발하고 홍보와 마케팅, 판매시설을 구축했다.
하지만 사업은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다. 저지방 한우 사업은 전혀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인데 생산기반과 상품개발, 유통분야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단 대부분이 생산에만 전념하는 축산농가들이라 유통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 전문경영인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인건비 등의 문제가 복병이 됐다.
특히 구이용 선호부위는 인기가 많았지만 비선호부위는 애물단지가 됐다.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떡갈비와 불고기, 육포, 영양죽 등 가공식품도 개발했지만 정작 유통루트가 막혀 있었다.
이 때문에 식당허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죽녹원 등 담양을 찾은 사람들이 홍보관에 들러 저지방한우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고기를 구입하고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 비선호부위의 판매가 늘고 축산농가들의 생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축산농가들은 최근 사료값 인상과 한우값 하락으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저지방한우 사업은 탄소절감과 국민건강증진이라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서인주 기자 |
현재 전남도는 식당 허가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시급한 것은 홍보와 마케팅이다. 저지방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와 마케팅을 대폭 강화해 판매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담양군과 농업기술센터, 축산농가들도 운동화끈을 다시 묶고 있다. 사업단은 최근 홍보관을 재정비하고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았다. 고무적인 소식이다.
우선 사업단은 계획적인 입식과 체계적인 사양관리로 소비자 신뢰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과 남도장터 입점, 햇썹 인증 등 브랜드 가치 제고와 비선호부위 판매를 위한 유통판로에도 나선다.
담양군과 농업기술센터도 전남도를 방문해 식당 운영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속적인 소통채널을 구축 애로청취와 개선에 노력중이다. 여기에 군청 홈페이지, SNS, 인플루언서 초청 행사 등을 통해 홍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저지방한우 브랜드 사업은 단기간이 아닌 멀리 보고 추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사업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이 성패를 가를 핵심 키워드다.
담양군과 농업기술센터, 축산농가들도 운동화끈을 다시 묶고 있다. 사업단은 최근 홍보관을 재정비하고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았다. |
이를위해 축산농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맞춤형 예산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요즘 축산농가들은 울상이다. 소값 하락에 고물가, 사룟값마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한우는 기자의 대학시절 대학등록금과도 인연이 있다. 부모님이 정성껏 기른 소를 자식 학비를 위해 내다 팔았는데 당시 많은 집들이 이렇게 했다. 그래서 남일 같지가 않다.
죽녹원, 추월산, 대나무, 떡갈비로 유명한 관광도시 담양. 물 맑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축산농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우사육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담양의 저지방 한우 브랜드가 지역을 넘어 글로벌 한류푸드 대명사로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si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