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낙포부두.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전남 여수산단에서 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근로자가 마땅한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못한 채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쳐 병기를 키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석유화학단지와 철강공장이 있는 여수·순천·광양지역은 동부권 산단 밀집지역 임에도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광주나 서울로 전원하다 병을 키우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등에 따르면 이달 3일 오후 5시 15분께 여수산단 사포2부두에서 근로자 A(51)씨의 오른쪽 다리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의 응급 처치를 받고 A씨는 1시간이 지난 오후 6시 20분께 여수의 모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병원에서는 응급 처치와 영상 촬영을 했으나 수술이 어려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전화상으로 여러 병원에 전원 조치를 문의했다.
병원 측에서 여수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광주의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 수술을 의뢰했지만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다급해진 환자 가족은 경기, 대구 등 전문 병원을 물색했고 오후 7시께야 경기 시흥의 한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A씨는 이후 사설 구급차로 옮겨져 밤 11시께 시흥시의 한 병원에 도착해 다음 날 오전 혈관 접합 수술, 오후 골절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괴사가 진행돼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까지 절단해야 했다.
사고 이후 골절 수술을 받기까지 20시간이 걸린 데다, A씨는 지난 10일 시흥의 다른 병원에서 무릎 위까지 절단하는 2차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절단 수술을 한 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멀리서 오랜 시간 걸려 우리 병원까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수술 중 주치의 판단으로 절단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A씨와 가족들은 "전공의 이탈 등으로 가장 가까운 광주 대학병원에서 제 때 받아주지 않아 절단까지 하게 됐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이탈과 전원 거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병원 관계자는 "통상 전원 문의는 응급실 전화로 이뤄지고, 담당 전문의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탓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전공의 이탈 중이지만 정형외과 등 담당 전문의가 매일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며 중증 환자를 수용하고 있어 의정 갈등 탓에 전원을 거부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관계자는 "A씨가 다리 절단까지 하게 됐는데 병원 치료를 포함해 작업장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parkd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