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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연출가 출신 첫 단장 박정희 “누구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극단 만들 것”
취임 100일 앞두고 청사진 제시
명동극장 가동률·만족도 높이고
부진했던 연극 해외 진출 추진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립’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마지막 한 명의 국민 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까지 사랑하는 극단이 되도록 하겠다.”

재단법인 이후 첫 여성 단장인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은 16일 서울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2027년 국립극단의 운영 청사진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취임한 박 단장은 “연극 한 편을 보는 것은 책 한 권을 읽는 것과 같다”며 “인간과 연극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선보이며 국립극단을 누구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극단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독립 15년을 맞는 올해, 박 단장은 국립극단의 ‘회복’과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역점을 둔 것은 연극 장르의 대중성, 작품성 강화와 해외 진출 등이다.

특히 박 단장은 국립극단 전용 극장인 명동예술극장의 가동률을 높여 “명동예술극장의 르네상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명동예술극장 가동률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2022년엔 30%대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63%까지 회복했다. 박 단장의 구상은 명동예술극장의 연간 작품 수를 8∼10개로 늘려 올해 80%, 내년 90% 수준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간 명동예술극장은 지금까지 연간 평균 5∼6개의 공연을 선보여왔다.

박 단장은 “고전 명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믿고 볼 수 있는 창작 신작, 해외 창작진이 참여한 국제교류작, 근현대극 시리즈 등을 균형 있게 배치하겠다”며 “여름과 겨울 시즌에는 민간 극단의 우수 작품도 초청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작품 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의 질’이다. 박 단장은 ‘작품성’의 균일함을 유지, 최근 3년 평균 23.5점에 머무른 ‘관객 추천 지수’를 50까지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객 추천 지수는 실제 관람객에게 작품의 추천 여부을 물어 작성하는 지표로, -10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가 나온다.

또 제작 PD와 관객이 각각 ‘다시 보고 싶은 명작’을 1편씩 선정하도록 해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는 이와 관련 “새로운 시선의 작품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재공연 요청이 들어오는 작품으로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내년이면 국립극단이 남산 국립극장으로 이전하는 만큼 국립극장 내 두 개 극장의 활용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는 “달오름극장에서는 시대의 문제작을, 해오름극장에선 K-콘텐츠 대작을 공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내년 시즌 달오름극장에서 한 달, 해오름극장에서 3주간 각각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린다.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도 구상 중이다. 그는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장은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관광 일정의 하나로 공연장을 탐방하도록 할 방법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장르에서 저조했던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박 단장은 “외국 연출이 국립극단에 와서 작업한 적은 많지만, 국립극단이 해외에서 공연한 적은 거의 없다”며 “유럽과 미국에 우리 연극의 위상을 알릴 만한 작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제교류 담당 프로듀서를 채용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 작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연출가와의 협업이나 한국 연출가와 현지 프로덕션 간의 협업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 창작진·제작진과 작업할 기회를 찾을 방침이다.

박 단장이 지난 석 달간 국립극단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본 사안은 바로 국립극단 직원과 연출가, 작가, 배우 등 창작진들의 작업 환경과 협업 문화 등이다.

박 단장은 “취임 후 국립극단 직원의 48%가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작진과 제작진 간 신뢰가 깨진 게 원인”이라며 “이들의 관계를 갑을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국립극단은 ▷창작 희곡 공모를 통한 아티스트 발굴 ▷시즌 단원 활동기간 연장 ▷청년 교육 단원 제도 확대 ▷열린 객석 확대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2001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끌어온 박 단장은 재단법인 이후 국립극단 최초의 여성 예술감독이다. 그는 “훌륭한 여성 연출가가 많은데도 제가 임명돼 무척 영광이다. 마중물 삼아 앞으로도 많은 여성 연출가가 나오고,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에도 임명되기를 바란다”며 “연출가이자 단장으로서 체력과 시간이 된다면 1년에 두 편은 하고 싶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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