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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의 별’ 박세은 “6개월 만에 복귀…출산이 터닝포인트”
20~24일 파리오페라발레단 공연
2년 만에 갈라쇼…“출산 후 춤 변화”
파리오페라발레의 발랑틴 콜라상트, 박세은, 폴 마르크 [예술의전당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출산이 저의 터닝 포인트예요.”

이제 엄마가 돼 돌아왔다. ‘발레 명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별이라는 뜻, 수석 무용수) 박세은이 2년 만의 한국 무대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박세은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출산 이후 6개월 만에 복귀해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가끔은 출산했다는 것을 까먹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해 10년 만에 에투알 자리에 오른 박세은에게 임신과 출산은 중요한 삶의 변곡점이었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춤을 멈춰야 한다는 거였어요. 10개월간 춤을 출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고요.”

이른바 ‘발레 종주국’에서 마침내 커리어의 정점에 올랐던 무렵 찾아온 소식이었다. 두려움도 컸지만, 그의 일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박세은은 “출산 3개월 전까지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의사들이 배 근육이 두껍게 덮고 있어 춤을 춰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배가 나와 의상이 안 맞을 때까지 춤을 춰도 된다고요. (웃음) 무대에 못 올라도 만삭까지 토슈즈(여성 무용수의 발레 신발)를 신고 연습을 했어요.”

아이를 품에 안은 뒤엔 복귀도 빨랐다. 고작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임신 중에도 연습을 놓지 않았던 시간들은 그를 금세 무대로 불러왔다.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등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주요 공연들은 박세은의 몫이었다. 그는 “이제는 언제 내가 딸을 낳았지 싶을 만큼 출산과 멀리 와있는 느낌”이라며 “무용수로서 성공적인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출산은 오랜 시간 연마해온 그의 춤 세계에 조금 다른 색을 입혔다. 박세은은 “아이를 낳은 이후 춤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원래는 굉장히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출산 이후엔 너무 피곤하니 고뇌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연습실에 가면 제가 해야 할 연습을 하고 즐겁게 춤을 추고 집에 와서 즐겁게 육아를 해요. 제 춤이 편안해지고 저 스스로 즐기게 됐어요.”

박세은 [예술의전당 제공]

2년 만에 선보일 박세은과 동료 무용수 9명이 함께 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20~24일, 예술의전당)에선 발레단의 18개 프로그램을 A, B로 나눠 선보인다. 2년 전보다 프로그램이 상당히 늘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무대다.

공연에선 한국에서 익숙한 작품과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이 조화롭게 섞였다. ‘돈키호테’, ‘신데렐라’를 포함해 윌리엄 포사이스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20, 21일), 호세 마르티네스의 ‘내가 좋아하는’(23, 24일)도 포함됐다. 박세은은 ‘마농의 이야기’ 중 침실 파드되, 빈사의 백조 솔로,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드트루아에 출연한다. 독일 ARD콩쿠르 우승자 손정범과 첼리스트 백승연이 음악을 채운다.

이번 무대에 대해 박세은은 “갈라 작품은 관객의 흥을 띄울 수 있는 기교를 보여줘야 하지만, 그런 무대는 피하고 싶었다”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 글로 쓸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세은과 함께 한국을 찾은 발랑틴 콜라상트는 “각각의 무용수의 재능을 보여주는 레퍼토리”라며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적 다양성과 무용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 ‘최고의 별’이 된지 4년 차에 접어든 박세은은 자신감이 더 커졌다. 그는 “에투알이라는 타이틀을 단 후로는 ‘넘어져도 나는 에투알이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의 모든 발레 유망주의 롤모델인 그는 공연 일정 중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차세대 발레리나들을 만난다. “답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성공적 커리어 비결을 많이 묻지만, 사실 비결은 없어요. 단지 포기하지 않는 거죠. 저 역시 힘든 점도 많았고, 인내도 길었지만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후배들에겐 ‘너만의 타이밍이 올테니 조급해 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해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좋은 길이 열리거든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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