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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법리스크 직면한 벤처신화, 초심잃은 빅테크의 후과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 조종’ 혐의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새벽 결국 구속됐다. SM 주식 장내 매수를 보고받고 승인했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려고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적용해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17일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김 위원장을 검찰 송치한 지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고 지난 18일에는 카카오그룹 협의회에서 “어떤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용인하지 않은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했지만 결과는 구속이었다. 검찰은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진실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키우는 등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김 위원장의 법정 싸움이기에 사회적 관심사도 지대하다.

주가조작은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흔드는 중대 범죄다. 주가 시세 조종의 최대 피해자는 내막을 모르고 고가에 주식을 매입한 일반 투자자들이다. 인수전 당시 16만원대까지 치솟았던 SM 주가는 한 달 만에 10만원 이하로 폭락했다. 지분 확보를 위해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했을 뿐이라는 카카오측의 항변이 사실이기를 바라지만 기소내용 대로 불법적 방법을 동원한 것이 규명된다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김 위원장 구속으로 시총 22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규모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퇴’ 논란 등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체질개선에 나섰다. 147개였던 계열사를 1년여 만에 124개로 줄이며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나가던 차에 사법리스크에 발목잡힌 것이다. ‘도전과 혁신’이라는 초심을 잃고 공룡기업의 안온함과 도덕적 해이에 빠진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은 김 위원장 공백기에도 변화와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 카카오 같은 빅테크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보다 한참 뒤처진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에서 성과를 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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