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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지 방법도 잊었던 美 시몬 바일스, 미국 체조 왕조 되찾다[파리2024]
도쿄 올림픽 기권했던 시몬 바일스
파리에서 복귀… 올림픽 5관왕 도전
시몬 바일스가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체조 여자 단체전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돌아온 전설은 화려하게 날았다.

역사상 최고의 체조 선수라 불리는 ‘시몬 바일스’가 속한 미국 여자 체조 대표팀이 이변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메달로 바일스는 역대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중 최고령 금메달이란 기록을 세웠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바일스가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결장하면서 은메달에 그쳤던 미국 여자 체조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왕좌를 되찾았다.

30일(현지 시각) 미국 여자 체조 단체전 1위를 차지한 미국은 171.296점으로 2위 이탈리아(165.494점), 3위 브라질(164.497점)을 큰 점수 차로 제쳤다.

열광하는 관중을 향해 바일스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바일스는 “도마 경기를 끝낸 직후 ‘와, 플래시백 현상(flashback·갑자기 너무 생생히 떠오르는 회상)이 없네’라는 생각이 들며 안도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바일스의 귀환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도전’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바일스가 “전 세계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기분이다”라며 단체전 도마 연기를 펼친 뒤 돌연 기권했기 때문이다. 이어 평균대(동메달)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모두 포기하는데 이르렀다.

미국 시몬 바일스(Simone Biles)가 2024년 하계 올림픽 버시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결승전에서 밸런스 빔 연기를 하고 있다. [AP]

당시 바일스는 “위아래 구분이 안 되고, 어떻게 착지해야 하는지도 잊었다”며 심리적 중압감을 호소했다. ‘트위스티스’(twisties·공중에서 갑자기 방향감을 잃는 것)를 겪은 것이다. 공중으로 도약했다가 착지하는 동작이 이어지는 체조에서 트위스티스 증상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같은 해 9월 바일스는 동료들과 함께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전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그 후 2년의 공백기 동안 바일스는 정신 건강 회복에 힘썼다. 지난해 여름 화려한 복귀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그는 2023 세계 기계체조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개인종합 부문에서 6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당시 고난도 체조 기술을 여럿 선보였다. 나아가 도마 종목 중 새로운 기술도 처음 선보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5번째 체조 종목인 ‘바일스II’가 이에 해당한다.

바일스는 경기장 밖에서도 한계를 뛰어넘어 여러 도전을 시작했다. 도쿄에서 자신이 겪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다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도쿄 올림픽에서 있었던 일, 부담감, 일부 SNS 사용자들이 붙인 ‘포기자’라는 별명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자세히 털어놨다.

그의 고통이 알려지자 미국 스포츠 계도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섰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는 바일스의 도쿄올림픽 기권 사태 이후 ‘정신 건강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심리 상담 전문가 15명을 배치했다. 이번 올림픽에 신설된 선수들의 마음 건강을 챙기는 ‘마인드존’도 바일스의 목소리가 계기가 됐다.

“착지하자마자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안심됐고 기쁘다.” 이제 바일스는 경기를 앞두고 웃는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그의 올림픽 5관왕 도전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5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종합과 도마, 평균대, 마루 결선에서 그는 본인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또 다른 전설을 써 내려간다.

notstrong@heraldcorp.com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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