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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서핑경기장 ‘타히티’의 쓰린 역사…한때 이곳에선 수백번 핵이 터졌다 [파리2024]
파리 올림픽의 ‘反친환경 역사’
폴리네시아, 과거 핵실험 장소
지난달 22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서핑 선수들이 타히티섬의 테아후푸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차민주 수습기자] 2024 파리올림픽의 서핑 종목 개최지 타히티섬엔 아픈 역사가 있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시절 핵실험 장소로 활용돼 지금도 환경 파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친환경’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파리 올림픽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올림픽 서핑 경기를 해외 영토,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섬 테아후푸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서핑에 적합한 환경, 그리고 탄소 발자국 최소화를 선정 이유로 들었다.

타히티섬은 완벽한 기울기를 자랑하는 파도 덕에 ‘서핑의 천국’이라 불린다. IOC는 이 파도가 선수들에게 최적의 경기 환경을 선사할 것이라 봤다. 아울러 파리에서 1만 5000여km 떨어진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관중이 몰리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를 ‘환경 보호’라고 말할 수 있을까. 타히티섬의 푸른 파도 뒤엔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타히티섬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수도로, 프랑스 정부는 1966년부터 1996년까지 이 지역 내 환초섬에서 핵실험을 벌였다. 이곳 주민들은 지금도 환경 파괴와 피폭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가 핵실험장으로 이용한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지역 무루로아 환초의 핵실험 관련 시설. [연합]

폴리네시아는 30년 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200회 가까운 핵실험을 여기서 벌였다. 1966년 7월 폴리네시아의 무루로아 환초 일대에서 실시한 비밀 핵실험이 처음이었다. 이후 193회의 핵실험을 이 지역에서 반복했다. 무루로아 환초는 고리 모양 산호초로, 자연 절경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1974년까지 핵폭탄을 공중에서 터뜨리는 방식으로 실험해 타히티섬 주민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1968년 풍선에 매달아 폭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핵실험의 위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00배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프랑스가 핵실험 피해 규모를 은폐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정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핵실험이 피해를 줬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자, 프랑스 정부는 2009년에서야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때 프랑스 정부가 제시했던 피폭 피해 주민 수치는 1만 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디스클로즈’와 미국 프렌스턴대 소속 과학자·영국 환경 범죄 조사기관 인터프르트가 기밀 해제된 군 문서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핵실험 당시 폴리네시아 주민 12만 5000여명의 90%에 달하는 11만명이 피폭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의 수치(1만명)의 11배에 달하는 규모다.

프랑스 정부는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남태평양 지역을 방문해 “빚을 졌다”고 하긴 했지만 공식 사과는 없었다.

1946년 7월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마셜 제도 북부에 있는 비키니 환초 해역에서 미국이 실시한 핵실험으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미 의회 도서관]

폴리네시아 타히티섬 주민들은 지금도 폐암·백혈병·림프종 등 피폭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서핑 종목이 타히티섬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독이 든 낙원’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에 응한 타히티섬 주민은 “타히티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좋지만 가족들이 고통 받는 걸 보면 프랑스가 싫어진다”고 말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개최 준비를 진행하던 5월, 타히티섬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올림픽 준비 과정으로 IOC는 주민의 반발을 받았다. 심사대 등 기반 시설을 새로 지으려는 계획을 두고 자연을 훼손할 거란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이래저래 올림픽 개최 전부터 IOC가 강조했던 ‘친환경 올림픽’과 거꾸로 가는 장면들이 나타나고 있다. IOC는 환경 보호를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프랑스가 환경 운운하는 게 어이가 없다”, “친환경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28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의 서핑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섬 테아후푸의 전경. [AFP]
notstrong@heraldcorp.com
cha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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