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결승 앞두고 트랙에 침낭 깔고 낮잠
2m 뛰어넘어 우크라이나 두번째 금메달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높이뛰기 결선 경기 도중 낮잠을 자고 있는 야로슬라바 마후치크. [게티이미지닷컴]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정주원 수습기자] ‘우크라이나 미녀새’로 불리는 야로슬라바 마후치크(23)의 금메달엔 특별한 비결이 있다. 바로 낮잠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공식계정에 올라온 마후치크의 낮잠 사진이 화제다. 마후치크는 대회 높이뛰기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장에서 침낭을 깔고 스포츠백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2m 높이의 바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사진은 1만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마후치크는 경기 전 낮잠을 청하는 습관에 대해 “주니어 시절 코치의 조언에 따라 시작했다”며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혈류를 개선하고 신체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낭은 비가 와도 밖에 누울 수 있다. 시즌마다 새로운 침낭으로 바꾼다”고 덧붙였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결승전을 앞두고 트랙 위에서 잠이 든 마후치크의 모습. [엑스(X) 캡처] |
마후치크가 낮잠 자는 모습은 중계화면에도 잡혀 소셜미디어(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경기 도중 편안하게 자는 모습이 놀랍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외신도 그의 ‘침낭 루틴’에 주목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마후치크는 긴장과 압박 속에서도 차분함과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방법으로 휴식을 제안했다”고 평했다. 홍콩 잡지 코스모폴리탄은 마후치크의 낮잠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눈 뜨자마자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일본 교도통신도 ‘결승전 중 낮잠?’이라는 제목으로 마후치크가 결승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마후치크가 지난 4일(현지시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를 뛰어넘는 모습. [연합] |
마후치크는 여자 높이뛰기 세계 기록을 보유해 ‘인간 새’로 불린다. 지난달 파리 샤를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세계육상연맹 파리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10을 넘어 37년만에 세계 신기록을 갱신했다. 1987년 스테프카 코스타디노바(불가리아)가 세운 2m09를 넘어선 기록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2m20에 도전하며 새로운 기록 경신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실패해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마후치크는 금메달 획득 후 전쟁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힘과 용기의 말을 전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조국을 대표한다. 우크라이나에는 모든 메달이 중요하다”며 “스포츠는 따뜻한 기억과 행복을 주기 때문에 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경기를 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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