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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아한 발레와 숨막히는 곡예의 만남”…서커스 발레로 태어난 ‘백조의 호수’ [인터뷰]
전 세계 유일무이 서커스 발레
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 내한
오는 23~25일, 성남문화재단 공연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성남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래식 발레의 교과서인 ‘백조의 호수’ 속 명장면인 백조와 왕자의 우아한 파트되(pas de deux, 2인무). 무대는 관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백조가 왕자의 어깨 위, 심지어 머리 위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 앙 포인트(en pointe·‘발끝으로 서서’ 라는 뜻)로 균형을 잡는 장면이 있어요. 압도적인 평형 감각, 통제력, 균형감으로 인간으로선 절대 불가능할 것만 같은 부동의 자세를 완성하죠.” (장 취안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 예술감독)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속 명장면 ‘어깨 위의 발레’다. 예술단의 쑨 이안 무용수는 “이 장면은 극한의 균형감각과 힘, 유연성, 팀워크가 필요하다”며 “강한 코어 힘을 가지기 위해 신체훈련, 유연성, 균형감각 등의 전문 훈련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 초연 이래 147년 역사상 이런 발레는 없었다.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가 곡예를 산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서커스 발레’인 ‘백조의 호수’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오는 23일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장 취안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 예술감독은 “아크로바틱 ‘백조의 호수’는 전통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그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성남문화재단 제공]

작품의 토대는 변함이 없다. ‘백조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뼈대를 중심에 뒀다. 다만 무대의 배경을 중국 장안으로 설정했다. 시안 아크로바틱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흑매왕의 저주를 받아 백조가 된 동양의 공주와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쪽 나라 왕자의 러브스토리다.

장 취안 감독은 “고전과 현대의 미학을 기반으로 중국 아크로바틱 예술의 정교한 기술과 서양 발레의 우아함을 결합해 서양의 고전적 사랑을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원작의 비극적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장 큰 볼거리는 발레에 체조, 곡예 기술을 접목해 ‘몸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든 장면이다. 발레의 리프트, 공죽(요요와 유사한 중국 전통 놀이기구), 봉술, 연체 곡예, 저글링, 모자 던지기, 공중 후프 곡예 등 ‘고전 아크로바틱’이 총출동한다.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성남문화재단 제공]

사실 발레와 서커스 기술을 결합하는 것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숙련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장 취안 감독은 “두 예술 장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주요 과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에서 안전과 예술성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아크로바틱 동작의 ‘위험 단계’는 최상위 수준이다.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압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리허설과 공연에선 안전 기준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무용수들은 매순간 ‘인체의 한계’에 도전한다. 2019년 창단 당시부터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에 몸 담고 있는 쑨 이안은 “발레와 아크로바틱은 기술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어 아크로바틱의 어려운 기술을 발레의 우아한 동작과 결합하는 것이 큰 과제”라며 “신체적으로 체력과 유연성, 조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성남문화재단 제공]

훈련의 과정은 길고 고되다. ‘백조의 호수’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단원은 기본적으로 발레와 아크로바틱, 연기 등의 훈련을 받는다. 쑨 이안의 경우 11세부터 발레를 했고, 학교 졸업 이후엔 아크로바틱 발레를 본격적으로 해왔다.

그는 “머리 위나 어깨에서 아라베스크와 같은 동작을 수행하려면 수년간 반복된 훈련과 더불어 발레와 아크로바틱 마스터를 동시에 수련해야 한다”며 “매일 반복되는 훈련은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도전적인 일”이라고 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불가능에 다다르는 ‘서커스 발레’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준다. 장 취안 감독은 “해외 투어마다 아크로바틱 발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우리의 공연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며 “우아한 발레와 숨막히는 곡예의 스릴은 서로를 보완하고 그 조합을 통해 아름답고도 도전적인 예술적 경험, 경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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