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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만수’가 땀과 눈물로 엮은 ‘찐’경제비망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강만수 지음/삼성글로벌리서치

소설가를 꿈꿨던 시골 소년, 하지만 예기치 않게 공무원이 됐고, 40여년의 공직생활 동안 세 번이나 사표를 써야 했다. 경제개발 시기,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 경제 최대의 격변기를 겪었다. IMF 때에는 재정경제원 차관이었고, 금융위기 때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킹만수’ ‘강고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강만수 전 장관의 이야기다.

강 전 장관은 한국 경제의 고비마다 현장에 있었던 경제정책 입안자로서 경험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그의 신간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땀과 눈물로 얼룩진 공직생활의 비망록이자 치열했던 현장에서 겪은 실전 경제학이다. 저자가 2005년과 2015년, 각각 출간했던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을 합쳐 정리한 것이다. 경제관료생활 동안 그가 느낀 것은 ‘위기는 늘 다시 온다’는 점이다. 태풍이 수확을 앞둔 초가을의 동북아시아를 강타하는 것처럼 탐욕의 뜨거운 에너지가 임계치를 넘으면 위기는 태풍처럼 되풀이되며 우리 경제를 덮친다는 것이다. 풍요와 평화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나태와 타락으로 빠지고, 뒤이어 투기와 탐욕이 범람하며 경제는 결국 탈이 난다. 다만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전의 그것과 달랐던 점은 1997년에는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했고, 2008년엔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그간의 위기는 금융 산업이 발전한 영미권 국가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IMF사태는 역사상 처음으로 위기의 진앙이 아시아권 국가가 됐다. 30여년의 ‘대성장’으로 이뤄낸 일본의 ‘엔케리 자금’이 아시아 시장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하며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강타한 것이다. 물론 대가는 혹독했다. 위기를 촉발한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달러 환율을 250엔에서 120엔대로 절상했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IMF에 의해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견뎌내야만 했다.

2008년의 위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영향을 받은 첫 위기였다. 저금리·통화팽창이 일군 미국의 ‘대안정 시대’는 투기꾼의 탐욕을 부추겨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파생상품 거래를 촉발했다. 이후 저금리 시대의 종말과 함께 주택 가격이 폭락하며 부동산 거품을 꺼트렸고, 이렇게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재앙으로 커졌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위기의 현장에 있었던 공직자로서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위기 때마다 이를 예고하는 현자들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예컨대 IMF 사태 직전 루디거 돈부시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 대해 “불안할 정도로 큰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즉각적인 원화 절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미 정책입안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결국 위기로 치달았다.

강 전 장관은 반복되는 위기를 멈추려면 우선 단기 자금에 대해 자본거래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적인 단기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 규제돼야 위기의 반복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 더 일하고, 더 저축하고, 더 투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일갈한다. ‘공짜 점심’은 없듯 돈을 살포해 얻을 수 있는 경제부양은 한계가 있다는 게 40년 공직자의 직언이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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