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블랙박스 영상에서 계속 가속 페달만 밟아
지난 7월 19일 낮 12시쯤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저수지 인근에 차량이 추락해 쓰러져 있다. [유튜브채널 '한문철 TV'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운전경력 45년의 60대 남성이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사고를 내자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본 뒤 할 말을 잃었다.
2일 유튜브채널 '한문철 TV'에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의 사고 영상이 올라 왔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7월 19일 낮 12시쯤 전남 고흥군 고흥읍의 한 외곽 도로에서 일어났다. 남편 A(68)씨와 아내 B(65)씨는 평소처럼 차를 타고 집에서 외출하는 중이었다. 처음 오르막길을 오를 때 차량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다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고, 영상에는 운전자인 A씨가 당황해 “오, 오, 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담겼다.
사고 차량의 전방 블랙박스 영상과 페달 블랙박스 영상. 운전자 A씨는 내리막길에 진입하기 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이내 다시 밟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로 발을 옮긴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채널 '한문철 TV' 갈무리] |
사고 차량의 전방 블랙박스 영상과 페달 블랙박스 영상. 운전자 A씨는 내리막길에 진입하기 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이내 다시 밟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로 발을 옮긴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채널 '한문철 TV' 갈무리] |
A씨는 차를 세우려는 듯 옹벽 쪽으로 차량을 몰았으나 차량은 저수지 인근으로 추락했다. 자칫 하다 저수지 물 속으로 빠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차량이 옆으로 쓰러지고 앞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부부는 긴급구조센터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다. 이 사고로 차는 폐차됐으나 부부의 건강에는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뒤 A씨는 “내가 급발진을 당할 줄이야”라며 사고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칩을 들고 경찰서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과 함께 확인한 페달 블랙박스에는 A씨가 가속 페달만 밟는 장면이 담겼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A씨는 내리막길에 진입하기 전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 뗐다가 다시 올려놓았다. 브레이크로 발을 옮겨놓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리막길에서 A씨는 페달을 더 깊게 밟았다. 차량 속도가 빨라지자 A씨는 브레이크라고 생각했는 지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았다.
B씨는 “남편이 운전 선생도 15년이나 했고, 몸도 건강하다. 이날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영상을 보기 전에는 페달 블랙박스를 달아놨으니 ‘이제 급발진 문제는 확실하게 끝내주는 영상이 남겠구나’ 하고 자신만만했는데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B씨는 “남편이 영상 보고 나서는 변명도 안 하더라. 자기도 너무 기가 막힌 것 같아보였다”고 했다.
B씨는 “페달 블랙박스가 아니었으면 평생 급발진 사고였다고 생각하고 살았을 것”이라며 “확인하고 나니까 의문은 싹 가셔서 홀가분하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요즘에는 차가 조금 빨라지면 바로 발을 뗀다”며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 위치를 확인한 후 밟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한 건 없지만, 비슷한 일을 겪을 수도 있는 분들이 조심했으면 하는 뜻에서 영상을 제보했다”고 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