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추석 연휴에 '응급실 뺑뺑이'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손가락을 베인 2살 아이가 대학병원을 찾지 못해 영종도까지 가서 수술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에 부모와 함께 사는 2살 아이가 커터 칼에 손가락을 베였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외과를 찾았지만 대학병원에 가 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급히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진료가 취소됐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고대구로병원에서도 진료를 받기 어렵자 서울에서 40km 가량 떨어진,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영종도 한 병원(의원급)에서 수술을 받았다.
앞서 열과 경련 증상을 보인 2세 아이가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진료를 거부 당하고 결국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이 전해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오후 8시40분께 A(2)양 부모는 A양이 열이 나고 경련 증상을 일으켜 119에 연락했다. 구급대원은 10여분 만에 도착했으나, 주말과 의료대란으로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는 바로 출발하지 못했다.
구급대원과 A 양의 어머니는 경기 서북권역 병원 6곳에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진료를 거절당했다.
12번째로 연락한 병원에서야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119에 신고한 지 1시간이 지난 후였다. A 양은 약을 투여받고 경련은 멈췄으나,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한 달째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앞서 연락한 11곳의 병원 중 일부는 소아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어 진료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사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다친 작업자가 전문의 부족으로 16시간 동안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병원 거부로 네 차례 이상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올해 상반기에만 17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연간(16건), 2022년(10건)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 두 차례 재이송된 사례(78건)도 지난해 1년간(84건)의 기록을 거의 따라잡았다.
아울러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들의 요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는 총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9건 대비 131% 증가했다.
한편 세종충남대병원, 강원대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등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야간 등 부분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서울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추석 연휴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성모병원 관계자는 한 매체에 “현재 야간에 인력이 부족해 응급 진료를 거의 못 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분만실 진료를 안 한 지 오래됐다”며 “추석 연휴 5일간 야간에 응급실 문을 닫고 주간에는 심폐소생술(CPR) 등 초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주대병원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며, 이대목동병원이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응급실 야간진료를 제한 운영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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