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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적 파괴’ 경제 기적을 위한 필수과정 [다이앤 코일 - HIC]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창조적 파괴, 경제 기적을 위한 필수 과정

국가들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진국 함정’을 피하거나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올해 세계은행의 세계 개발 보고서(WDR)에서 제시된 한 가지 해답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약 10~20% 수준(1136달러에서 1만3845달러 사이)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이 한국의 사례를 따르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전략은 세계은행이 ‘3i’ 접근법이라고 명명하는 ‘투자·주입·혁신’의 좋은 예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은행이 말하는 3i는 무엇을 의미할까. 개발의 첫 단계에서 특히 저소득 수준에서 시작할 때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가난한 국가는 자본이 현저히 부족하므로 자본 축적을 늘리는 것이 노동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는 특히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 투자와 민간 기업의 투자가 포함되며, 이는 1960년대 한국의 정책 목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번째 단계는 주입(경제학 문헌에서는 ‘확산’이라고도 함) 단계로, 이는 기업이 더 정교한 기술을 도입하도록 장려하는 산업 정책을 의미한다. 이 단계는 주로 주요 국내 기업을 기반으로 하며, 이들이 더욱 높은 부가가치 생산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은 처음에는 낮은 부가가치 생산으로 시작했지만, 일본 제조업체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TV 세트를 제조하면서 국내 및 인근 시장을 대상으로 활동을 전환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선도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리고, 국가가 고등 교육에 투자해 일부 제품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이 스마트폰으로 이러한 성과를 이뤄냈다. 보고서는 칠레와 폴란드와 같은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발전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많은 중진국은 여전히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 개발 보고서(WDR) 2024의 표지

이 전략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제의 생산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더 많은 인프라를 제공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지만, ‘주입’ 단계에서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지 못하거나 꺼리는 전통적인 부문의 기업들은 쇠퇴할 수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 성장의 과정을 창조적 파괴의 과정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개발 보고서(WDR)는 중진국 함정의 원인 중 하나로 많은 나라가 이 ‘파괴’ 과정을 저해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정책에는 경쟁 제한, 금융 마찰,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 또는 무역 보호주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러한 문제를 피하면서 시장의 경쟁력을 보장하고, 초기의 대기업 중심 정책에서 벗어났음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적절한 정책을 설정하는 것은 상당한 판단력을 요구한다. 일부 선도 기업이 보다 발전된 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면서도, 국내 시장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쟁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는 상당한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

이 과제가 더욱 어려운 이유는 주입 단계에서 더 높은 수준의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정책은 산업 정책과 긴밀히 연계돼야 하며,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과 기술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새로 배출된 숙련된 젊은 노동자들이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적 또는 정치적 문제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3i 전략을 실천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성공적인 실행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도입하는 정부는 정책의 기반이 될 경제적 강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기득권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국가마다 크게 다를 것이며, 모든 성공 사례에는 분명 어느 정도의 운도 작용할 것이다.

경제 성장과 관련해 한계를 뛰어넘기는커녕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나라들이 많다. 필자는 창조적 파괴가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함정에서 벗어나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중국 베이징의 지하철이 지난달 2일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 [AFP]

더 나아가, 개발 전략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각 단계가 서로 겹치기 때문에 정책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부문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랫동안 중요할 수 있으며, 정부는 형평성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 지역 간 또는 집단 간의 과도한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동안 경제는 종종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이 혼재하는 양상을 띨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현재 중국에 권장하고 있는 것처럼, 정책 조합을 투자 장려에서 국내 소비 촉진으로 전환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것은 투자다. 새로운 기술은 거의 항상 부분적으로라도 새로운 자본 장비에 구현되며,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및 인공지능 혁명은 고도로 자본 집약적인 데이터 센터를 필요로 하며, 이는 많은 에너지와 물을 소모한다. 또한, 기술 혁신은 재생 에너지 발전이나 광섬유 케이블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의료 시설 같은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요구한다.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는 전통적인 물적 자본은 아니지만, 미래 경제 전망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 단계 이후에 필요한 정책 조합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으며, 실수로부터 학습하고 필요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중진국 함정이 존재하는 이유다. 세계 개발 보고서(WDR)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1개국이 중진국에서 고소득 국가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가 이 함정에 갇혀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높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한 심각한 역풍에도 직면해 있다. 이 함정을 벗어나는 일은 비교적 드물지만, 그 영향은 극적이어서 종종 성장 ‘기적’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i 전략은 경제적 필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정책 설정에 어떤 도전과제가 수반되는지를 생각하는 데 유용한 접근 방식이다. 일부 고소득 국가들 또한 이 전략에서 배울 점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 역시 자국 내 중진국 함정에 빠진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는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과정으로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함정에서 벗어나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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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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