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22대 국회를 이끌고 있는 우원식(사진) 국회의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거야의 입법 공세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거듭될 것으로 예상돼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정치권은 향후 우 의장이 어떤 방식으로 정국을 풀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로 취임 97일을 맞았다.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의장직 수행 77일 만인 지난달 21일에서야 취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우 의장은 100일 맞이 행사는 따로 마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는 우 의장을 향한 엇갈린 시선이 공존했다. 여야 간 협치를 위한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의장으로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해임 건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우 의장은 원내대표 간 대화를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방송4법·특검법 등 쟁점법안들에 대한 숨고르기를 주문하기도 했다”며 “유연하게 국회를 운영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3부 요인임에도 8·15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는 등의 행보는 아쉬웠다”며 “추미애 의원을 누르고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돼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중립성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5월 우 의장의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의 당선은 그 자체로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이른바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마음)을 업은 추미애 의원을 꺾은 우 의장은 당 주류 세력인 친명(친이재명)계와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의 비판을 받으며 의장직에 오르게 됐다.
개원 이후에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충돌하면서 원 구성 협상에만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7월과 8월 두 달 간의 국회는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의힘의 7번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졌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6차례 행사됐다. 민생법안 처리를 등한시하던 국회는 정기국회 직전인 8월 말에 이르러서야 간호법과 구하라법 등을 포함한 법안 28건을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9월 정기국회는 대통령실과 국회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역대 최장 지각 기록을 세운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불참한 개원식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나”라며 “국회가 이성을 되찾고 정상화하기 전에는 대통령께 국회 가시라는 말씀을 드릴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정부·여당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우 의장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 갈등의 핵심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라며 “각자의 방탄를 위한 탄핵안과 거부권이 난무하는데 의장이 무슨 중재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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