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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완성차 업계 뒤흔든 ‘현대차·GM 동맹’
현대차-GM, 포괄적 협력 체결
현대차 ‘친환경’, GM ‘픽업’ 부문 강점
“상호보완 관계, 시너지 효과 기대감”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 비용 절감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12일(현지시간)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기준 완성차 브랜드 세계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과 5위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2일(현지시간)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 분야 등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전격 체결한 가운데 양측이 얻게 될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포괄적 협력으로 비용 절감(코스트 다운)과 기술적인 시너지 등 상호보완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날 양사가 밝힌 협력 구상에는 ▷향후 주요 전략 분야에서 협력을 통한 효율성 증대 및 제품 경쟁력 강화 ▷승용·상용 차량 공동 개발 및 생산 ▷공급망 협력 ▷친환경 에너지 기술 관련 협력이 포함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주요 시장과 차랑 세그멘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 탐색하겠다”고 강조했고, 메리 바라 GM 회장은 “양사의 상호 보완적인 강점, 능력 있는 조직을 바탕으로 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각각 밝혔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양사가 특정 사업분야가 아닌 포괄적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에 나선 것을 주목하고 있다. 통상 ‘종합 산업’으로도 불리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업체간 협업은 쉽게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앞서 다임러 크라이슬러, 포드 등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협약은 단순한 협업관계를 넘어 다양한 방면에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GM은 상호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신차 개발·생산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분담하면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주요 원재료들의 공동 구매와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원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높은 투자비가 요구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양사의 생산·영업적인 기반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완성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주력 차종은 중소형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데 반해 GM은 중대형 SUV와 픽업트럭 등에 강점이 있다”면서 “현재 주력하는 글로벌 시장도 크게 겹치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부문에서 현대차는 국내의 울산·아산·전주 공장, 미국 앨라배마와 유럽의 체코, 튀르키예, 신흥국의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GM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 생산시설이 주로 위치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부평과 창원, 중국, 신흥국으로는 브라질에 전초기지가 있다. 각자 생산기지를 갖지 않은 특정한 지역에서는 생산시설을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인도 등 아시아시장, 친환경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유럽시장을 위주로 우위를 보이는 반면, GM은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발전가능성이 큰 남미에서의 생산과 사업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 반면, GM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던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동남아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진한 러시아·중앙아시아 시장, 일본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의 공동 대응도 가능하다.

GM 입장에서는 창원과 부평 등 국내 생산 전초기지에서 만들어진 소형 SUV 차량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와 전기 등 친환경 에너지와 친환경차 분야에서 앞서 있는 반면 GM은 서스펜션과 내연기관 엔진 등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오프로드와 장거리 주행이 많은 북미 주행환경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된 GM 차량의 안전성은 아시아와 유럽 완성차 업계에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GM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의 기술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9년 아반떼 하리브리드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입했고, 현재는 토요타·혼다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글로벌 상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국내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와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하고, GM은 미국과 주변국에서 생산된 원자재의 확보가 용이하다. 양사가 손잡고 배터리, 원자재, 부품사와 협상에 나설 경우 앞선 생산량을 기반으로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GM도 이번 협력을 통해 최근 공동협력에 나선 일본 완성차 업체들, 폭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의 협력 사례처럼 다양한 시너지를 누릴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협업 내용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도 향후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협력의 범위를 정하지 않은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가 잇따라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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