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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주거사다리 복원의 초석 ‘뉴:빌리지’

빌라(villa)의 사전적 정의는 고급 별장, 호화 주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연립·다세대 등의 저층 주거지를 뜻하며, 70~80년대를 전후해 일부 저층주택을 ‘빌라’라고 명명하면서 알려졌다. 사전적 의미와 같이 호화로운 이미지는 아니나 우리나라에서 빌라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서민들의 보금자리이자 사회초년생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빌라의 인기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 중 연립·다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5%에도 미치지 못해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인 점은 떨어지는 빌라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빌라가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빌라촌은 불편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대규모 단지 내에 헬스장, 어린이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설치된 반면, 빌라촌은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주차장 부족은 빌라촌의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빌라촌에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이웃끼리 낯을 붉히고, 유일한 통로인 골목길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모습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빌라를 선호하지 않는 인식은 전세사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빌라촌 위주로 발생한 전세사기는 빌라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어 빌라가 안정적인 주거 대안으로서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빌라 선호는 낮고, 상대적으로 아파트의 선호가 높다면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되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촉진 특례법 제정, 노후 신도시 재정비 등 도심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래된 건축물과 신축 건물이 혼재하거나 고도 제한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단지로 전면 재개발이 곤란한 지역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파트 공급 외에도 빌라촌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안전한 빌라를 공급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기존 도시재생사업을 전면 개편한 ‘뉴:빌리지’사업을 통해 빌라촌 살리기에 힘을 싣고자 한다. 뉴빌리지 사업은 주택 정비를 외면했던 기존 도시재생 사업과 달리 노후 저층 주거지에 국비를 투입하여 주차장, 도서관, 돌봄시설 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주민들이 주택정비 시 기금융자,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 패키지이다. 또한, 뉴빌리지 사업은 공공 매입임대도 적극 활용한다. 집주인이 공공기관인 ‘안전한 빌라’를 공급하여 전세사기 걱정 없이 비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뉴빌리지 사업을 통해 빌라촌의 잃어버린 골목길을 되찾고, 주민들에게 휴식·여가·돌봄 공간을 제공하여 빌라촌을 ‘살기 좋은 동네,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뉴빌리지 사업은 선도 사업지 공모 절차에 본격 착수했고 연내 30여 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지 선정은 물론 착공 이후 사업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 뉴빌리지 사업이 주거사다리 복원의 초석이 되고, 도시의 주거 품격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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