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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캉토로프 “파리 올림픽 빗속의 ‘물의 유희’, 매우 특별한 순간”
'세계 3대' 차이콥스키 콩쿠르
프랑스인 최초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다음달 9일 예술의전당 내한 리사이틀

지난 7월 파리올림픽에서 빗속에서 ‘물의 유희’를 연주한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비가 많이 내렸다. 건반 위에서 손을 뗄 때마다 물방울이 튀었다. 그랜드 피아노의 덮개 위로는 잔물결이 일렁였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유유히 흐르는 센강을 곁에 두고 거칠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와 에릭 사티의 ‘짐 노페디’를 연주했다. 지난 7월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다.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고, 특별한 기쁨이었어요. ‘물의 유희’를 햇빛 아래서 연주했다면 이렇게까지 효과적이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빗속에서 연주했기에 이토록 특별한 연주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한을 앞두고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7)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캉토로프의 연주는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무수히 많은 이벤트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근대 올림픽 128년 역사상 첫 야외 개막식은 가볍게 흩뿌리는 빗줄기와 함께 시작돼, 캉토로프가 연주할 즈음엔 TV 중계 카메라로 빗방울이 선명히 포착될 만큼 쏟아져 내렸다.

그는 “개막식 당일 내린 비는 당황스러웠다”며 “보안상의 이유로 6~7시간 동안 대기를 했고, 연주 15분 전 다리로 홀로 걸어가며 이미 몸은 흠뻑 젖었다”고 돌아봤다.

캉토로프는 지난 몇 년 사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음악가’로 자리했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전 부문 대상 격인 ‘그랑프리’까지 휩쓸며 단숨에 세계가 주목한 연주자로 떠올랐다. 캉토로프가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한 부분을 장식한 이유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그는 “모국에선 어린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자율성을 부여한다. 선생님이나 어름들이 뭔가를 결정하기 보다는 스스로 다양한 것들을 실험하고 시도해보도록 기다려준다”며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스스로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 방식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 역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이다. 아버지 장자크 캉토로프는 오베르뉴 체임버 오케스트라, 파리 앙상블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고, 어머니도 바이올린 연주자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소속사 제공]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통해 세상에 나온 그는 ‘피아노계의 젊은 차르’, ‘리스트의 환생’이라는 화려한 수사를 안는 연주자가 됐다. 정작 스스로는 “‘캉토로프는 이런 연주자다’라는 수식어가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라며 “다만 피아니스트로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에서 진실하게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의 그는 오로지 ‘스스로의 생각’이나 ‘의식의 영역’을 닫고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 안으로 파고 든다.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몇 주, 몇 달에 걸쳐 연습을 한다. 연습하는 시간 동안 “가능한 많은 것을 시도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간다. 그는 “악보는 보이지 않는 작곡가의 내면을 담은 사진”이라며 “작곡가가 없는 상태에서 악보를 보면서 음악에 담긴 의도와 영혼을 상상해야 하고, 그것이 연주자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은 캉토로프는 이번 리사이틀(10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통해 그의 색다른 면모들을 꺼내기로 했다.

캉토로프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땐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연주회야말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 작품 간의 연결성을 찾아보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선 브람스 두 개의 랩소디 중 1번,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번 ‘눈보라’,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대부분 건반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작곡가”라고 귀띔했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소속사 제공]

특히 브람스는 그에게 ‘음악적 모국어’와 같은 작곡가다. 캉토로프는 “브람스가 아닌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을 많이 접하고 들어도 내게 브람스는 언제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브람스는 머리와 가슴의 균형이 매우 잘 맞춰진 사람”이라고 했다. 브람스는 ‘구조적인 작품’을 설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브람스가 작곡한 대작 중 하나는 음악의 시작을 다섯 음 정도로 구성해 그것을 계속 변형해서 대작을 만들어낸다”며 “그러면서 인간적이면서 감성적인 멜랑콜리함, 전부 다 드러내지 않는 내면적인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모든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 그가 놓치지 않은 음악적 균형감이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그의 삶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캉토로프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6개월 마다 한 번씩 다양한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며 “분명한 것은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통해 조금 더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큰 대회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음악가로의 책임감을 안겨줬다.

그는 “콩쿠르 이후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역사에 제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고, 나이 연주회에 대한 생각도 어느 정도 변화가 왔다”며 “각자의 삶이 있음에도 시간을 내서 이 연주를 보러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테니, 연주자로서 이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캉토로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가 가진 감정과 전하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다.

“가면을 쓴다거나, 벽을 세운다거나, 파사드를 제 앞에 두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무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장 진실한 아티스트, 진실한 피아니스트로 기억되고 싶죠. 무대 위에서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불확실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느 무대에서든 제 마음을 진실되게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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