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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나랏돈’ 들어간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 교육…‘복지부 보고’도 패싱[카데바 비즈니스]
교육부 예산 투입된 비전공자 대상 해부학 워크숍 교육
조소과·컴공과 등 비전공 학생도 카데바 해부 참관 수업
관련법상 위법은 아니지만, 허술한 카데바 관리 실태 노출
복지부, 24일 전국 의대·치대·한의대 63곳에 누락자료 제출 공문 발송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 참여자 모집 공고[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이용경·박지영 기자] 올해 초 정부 예산이 투입된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의 일환으로 비의료인 대상의 해부학 워크숍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워크숍에서는 보건의료계열 전공 학생뿐만 아니라 인문계, 이공계, 예체능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참여했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기증 시신의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약 한 달 간 실시한 ‘해부 교육 관련 조사’에서도 누락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데바 관리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COSS)에 참여하고 있는 홍익대학교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올해 1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협조 아래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Michelangelo Anatomy Workshop)’을 개최했다. ‘해부학, 조소 그리고 카데바 실습’이라는 타이틀을 부제로 단 이번 워크숍에는 생명과학과와 임상병리학과, 간호학과와 같은 보건의료계열 전공자 외에도 미대 조소과와 회화과, 도예과, 응급구조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철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익대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바이오헬스·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에 속한 53개 대학 재학생들 가운데 30명을 자기소개서(신청동기) 기준으로 선발했는데, 블라인드 방식으로 선발돼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3일에 걸쳐 해부학 이론과 조소 실습 교육을 받고, 의학 발전과 연구를 위해 기증된 카데바를 활용해 직접 뼈, 상지, 하지, 머리·목 등 신체조직에 대한 해부 실습 교육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 홍보 영상에는 미대 조소과 학생이 해부 실습 교육을 통해 ‘(카데바를)직접 해부도 해봤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워크숍을 기획했던 홍익대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박사범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당시 워크숍 참여 학생들의 카데바 해부 실습에는 전혀 문제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홍보 영상 속)해부학 워크숍 참여 학생이 ‘직접 해부를 해봤다’고 말한 건 ‘메스를 들고 직접 해부를 했다’는 게 아니라 ‘참관 실습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연세대 치대의 교육 과정에서 이미 해부된 카데바를 이용했기 때문에 워크숍에서 추가적인 해부가 진행된 일은 결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교육 과정이 교육부 예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된 영리 목적의 카데바 워크숍과도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켈란젤로와 같은 세계 미술사에서 유명한 대가들의 실력 바탕에도 직접 해부를 했다는 사실이 있고, 의학 발전사와 미술 발전사에 해부학이 기본으로 있었다는 내용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워크숍을 기획한 것”이라며 “생명윤리 교육과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 교육, 보안서약서 작성까지 절차상으로도 철저히 했다”고 강조했다.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이 해부 실습 수업을 듣고 있다.[미켈란젤로 홍보영상 캡쳐]

해당 워크숍에 참관했던 공학 전공 대학생 A씨는 “이미 해부가 완료된 카데바를 경찰의 감독 아래 허가되는 선에서 연세대 치대 교수의 지도로 실습이 진행됐고 당시 참가자들에게는 ‘촉지’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카데바의 ‘해부’ 자체가 자격 없는 자에 의해 이뤄졌다면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단순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부 실습 교육이 진행된 것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며 “워크숍에는 응급의료학과나 간호대 출신 등 보건의료계열 전공자들도 많았다. 전체 인원의 60%는 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건의료계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카데바 교육에 의구심을 표하는 경우는 여전히 적지 않다. 헤럴드경제가 서면 인터뷰로 만난 이대병원 소속 한 간호사는 “근무하면서 실제 인체의 장기와 혈관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카데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받고 싶다”면서도 “의사나 간호사처럼 수술실에서 근무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카데바 해부 실습이 왜 필요한지,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워크숍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은 또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국회와 의료계 등을 취재한 결과,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 3일차 수업 당시 연세대 치대에서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 실습 교육이 실시됐는데도 올해 6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해부 교육 관련 현황 조사’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일부 의대가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강사 등 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해부학 강의를 개설해 논란이 일면서 7월까지 약 한 달에 걸쳐 조사를 실시했는데, 연세대에서는 지난 1월 실시한 미켈란젤로 워크숍 관련 내용 일체에 대해 보고를 누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기관(연세대)의 행정 착오로 보고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허술한 카데바 관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대학이나 병원에 기증한 시신에 대한 상시적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현행 시체해부법 제18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체가 훼손되거나 시체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지 못할 우려가 있을 때만 복지부 차원에서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에게 보고 또는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앞서 복지부의 ‘해부 교육 관련 조사’도 역시 법령에 근거한 조사가 아닌 각 대학들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사실 연세대의 보고 누락을 위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해부 참관 관련 규정도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워크숍에서 직접 해부 실습 교육을 진행한 김희진 연세대 치대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미켈란젤로 워크숍 강의는 학생들한테 카데바를 보여준다는 경험적인 차원으로 진행한 것이었다”며 “워크숍에서 활용된 카데바도 이미 연세대에서 오래 전 해부가 완료돼 장례(화장) 절차에 들어가기 직전의 마른 상태였고, 학생들에게 정식의 해부학 교육용으로 보여줄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복지부에 따로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카데바 교육 진행에 대한 비용도 별도로 청구하지 않았다”며 “당시 워크숍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윤리 교육을 사전에 철저히 다 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을 거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카데바가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해부 교육의 윤리성 등에 대한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고 기증된 시신이 영리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카데바 교육 현황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체해부법에는 연구를 위한 시체(카데바)의 이용 계획에 대해 상세히 규정돼 있다.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의학 연구를 위해 기증된 카데바를 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활용할 경우 더 엄격한 심사와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24일 “행정착오로 인해 제출이 누락된 해부 참관 수업 목록이 확인돼 해부 교육 목록 관련 자료의 재검토를 요청드린다”며 전국 의대·치대·한의대 63곳에 오는 30일까지 누락 자료를 다시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편집자주
지난 6월,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시신) 워크숍’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기증 받은 시신이 누군가에 의해 영리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은 지탄을 받았습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의료 교육 목적으로 활용된 카데바는 전체 4657구 중 1610구(34.6%)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3047구의 카데바는 어디로 갔을까요.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이 사라진 카데바를 추적했습니다. 그 끝은 ‘윤리와 영리’로 이어졌습니다.

시신 기증은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사회 공헌입니다. 이런 선의가 누군가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민도 있었습니다. 카데바 기획 기사가 시신 기증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데바는 더 투명하게 관리·감독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 시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더 많은 시신 기증 사례가 나올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지금도 카데바 관련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go@heraldcorp.com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끝까지 취재해 꼼꼼하게 보도하겠습니다.

〈카데바 비즈니스〉 싣는 순서
①평생 자부심이었던 시신기증…“우리가 상품인가요?”

②[단독]‘나랏돈’ 들어간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 교육…‘복지부 보고’도 패싱

③[단독] ‘카데바 쏠림’의 부작용…1구당 지출 영수증 보니

④[단독]카데바 워크숍 연 대학들 “실비 수준”…정부 비용 분담 필요성 제기

⑤[단독]의대생 교육에 쓰인 카데바는 매년 30%대

⑥“카데바 워크숍? 의대생 교육용만으로도 부족한 실정”

yklee@heraldcorp.com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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