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박중언 본부장 등 아리셀 관계자 7명도 함께 재판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달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업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구속기소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 대표의 아들인 박 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밖에도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등 4개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박 총괄본부장 등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등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생산 공정에 허가 없이 불법파견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0년 5월 사업 시작 이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하고 담당 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 관리자 퇴사 이후에도 약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한 채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자로 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불법 파견업체로부터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수 제공받고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안전교육도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은 파견근로자였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 대표 등이 파견 근로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법파견 적발을 우려해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사고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성 참사의 원인은 전지 단락으로 인한 연쇄 폭발로 파악됐지만, 최초 폭발한 전지가 불에 타버려 현재까지 단락이 발생한 원인은 특정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다만 아리셀 측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수의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고 적재하거나 전지 발열 검사를 생략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연쇄 폭발과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박 총괄본부장은 이번 화재와 별개로 방위사업청과 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전지 성능이 미달하자 시료 전지 바꿔치기, 데이터 조작 등의 위계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총괄본부장 등은 국방기술품질원에 조작행위가 발각돼 시정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불량원인 파악이나 품질개선 노력 없이 납품 지연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인력을 늘려 생산을 강행하고, 생산을 반대한 담당 연구원을 대상으로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방위사업청에 대한 사기 혐의도 추가 수사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사고 발생 당일 안병수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경찰과 노동청의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수사팀에 배터리 및 산업안전 분야 전문검사를 투입해 화재 원인 분석과 법리 검토를 통한 혐의 소명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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