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전경. [사진=임순택 기자] |
[헤럴드경제(부산)=임순택 기자] 그동안 성범죄 판결문에서 유죄의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무고 동기 불분명’ 이유가 단골로 등장한 가운데 이것의 심각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성범죄 무고의 경우 ‘사회적 살인’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상대방에게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주는 심각한 범죄행위임에도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경찰의 ‘성범죄자 만들기식’의 부실 또는 편파수사 논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국민의 법 감정을 담거나 법리와 상식을 바탕으로 내린 법원의 판결에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항의 집회까지 마다하지 않는 페미니즘(Feminism, 여성주의)을 넘어 남성 혐오에 가까운 일부 여성단체.
여기에다 일부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떠도는 속칭 ‘성범죄 무고 가이드’와 무고 자체가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인식 확산,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더해져 범행 수법이 날로 대범하면서 교묘해지고, 성범죄 무고 증가에도 직접적으로 한몫 거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부산지방법원 형사항소 3-2부(재판장 이소연 부장판사)는 공갈미수와 무고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에게 1심과 동일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9월 10일 데이트 앱에서 알게 된 30대 남성 B씨와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나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으나 그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허위 고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성이 고소한 이유는 “볼일을 보고 돌아오겠다”는 B씨가 전화를 받지 않고, 숙박 연장 요청도 거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한마디로 “성관계 이후 버렸다”는 배신감이 무고의 직접적인 동기였다.
20대 여성 A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씨는 “1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하겠다”는 협박 메시지까지 남성 B씨에게 보냈다.
그래도 남성이 답이 없자 실제로 20대 여성 A씨는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녀는 남성 B씨에게 금품요구 협박 문자까지 보내고도 악의적으로 무고한 것이다.
20대 여성 A씨의 그런 대담한 용기(?)의 원천은 성범죄 사건을 대하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편향적인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재판부는 무고한 A씨에 대해 B씨와 합의한 점, 고소 취하, 범행 미수 등의 양형이유로 벌금형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만약 남성 B씨가 A씨의 협박 문자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A씨가 문자를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일관된 진술을 했다면 자칫 형법 제297조에 따라 강간죄가 적용,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할 수도 있었던 중대한 사안 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대부분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져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A씨의 일관된 진술로만 B씨가 기소가 돼 재판부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아마 초범이라도 100%로 법정구속이 되었을 것이다”며 “그 후 항소심에서 전략적 인정이라는 미명 아래 허위자백을 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봤다고 해도 징역형 집행유예로 평생을 성범죄 전과자로 살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선 경찰이나 검찰에서는 무고로 의심되는 사건이 있더라도 명백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대부분 고소인이 여성이다 보니 2차 가해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무고인지 수사전환은 고사하고 “무고 의심 고소인을 상대로 제대로 묻지도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범죄 무고수사는 회피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 대신 피고소인, 즉 주로 남성에 대해서는 고소나 신고가 접수되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진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정도라면 역차별이다.
2018년 4월 판결문(대법원 2017두74720 판결, 주심 권순일 대법관)에서 처음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등장하면서 그 이후부터는 일선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다소 바뀌거나 피해자답지 않은 태도나 언행도 함부로 배척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는 추행 부위 등 진술이 바뀌어도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는 사실상 일선 재판부에 “피해자 이야기는 무조건 받아들여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의 논리는 이러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되고(대법원 2006도5407),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때 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 볼 수 없다(대법원 2019도2562).”
이 같은 판례로 사실상 그동안 성범죄 사건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을 부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볼멘소리가 법조계 안팎으로 터져 나왔다.
물론, 예견된 각종 부작용도 속출했다.
앞서 대법원 판례에서도 언급했듯이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인데 반대로 보면 이보다는 무서운 것이 없다.
이 판례는 여성(고소인)의 무고동기를 남자(피고인)이 못 밝히면 ‘진술의 신빙성 인정 = 중형’이라는 공식을 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일선 재판부의 성범죄 유죄 판결문에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바로 “피해자가 별다른 무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 근거의 위험성도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6월 동탄 헬스장 화장실 무고 사건의 경우 이러한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는 게 복수의 법률전문가들 공통된 의견이다.
성범죄 피해를 허위 신고한 이 50대 여성 A씨는 20대 남자 B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을 뿐 어떠한 무고 동기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신고내용을 살펴보면 이 여성은 “한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며 성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CCTV 영상을 경찰과 함께 보면서, “이 사람이 맞다”, “평소에 자주 보던 사람으로 운동을 하는 남성”이라며 이 20대 남자 B씨를 아예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자 경찰은 ‘유죄추정의 원칙을 넘어 유죄확신’을 갖고, 동영상조차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A씨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A씨의 신고로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된 B씨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관에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자체가 없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했으나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다”며 추후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경찰이 말한 이 영상도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었다. 화장실이 아닌 관리사무소를 비추는 영상이었다.
경찰 입장에서만 보면 수사기법이지만 억울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허위자백 요구로 협박일 뿐이다.
조사과정에서도 경찰은 B씨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에게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며 성범죄자 취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남자와 그의 어머니의 발 빠른 대처가 상황을 되돌렸다.
그것은 이 20대 남자가 ‘억울한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사연과 성범죄자 취급을 한 경찰의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이 채널을 통해 이 남자의 어머니가 이 사건이 발생한 헬스장 화장실에서 신고한 50대 여성을 만나 대화한 녹취록도 공개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 50대 고소녀가 무고 사실을 경찰에 자수하기에 이르렀다.
성범죄 무고사건의 경우 경찰이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이는 성범죄 사건과 달리 성립요건이 까다롭고,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율이 턱없이 낮고 그마저도 감소 추세에 있다.
이 정도라면 경찰 수사가 편파적인 것을 넘어 ‘성범죄자 만들기’ 수준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다뤄 본 한 변호사는 “과연 20대 남자와 그의 어머니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고, CCTV 동영상이 삭제되었거나 고장난 상태에서 50대 여성이 일관되게 피해를 주장했다면 경찰이 과연 이 남자의 억울한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주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경찰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법원과 검찰도 마찬가지로 성범죄 만큼은 당사자가 하지 않았다는 부실재를 증명해야 하고, 요구받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성범죄 사건은 사실상 범죄의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닌 당사자 개인에게 있었고, 이를 우리나라 성범죄 형사사법 체계 시스템의 붕괴로 보는 법조계의 시각도 많다.
현재 이 50대 여성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20대 남자를 무고했다고 주장하며 자수했다.
이것이 인정되고 경찰에 자수한 점이 반영된다면 예상되는 처벌 수위는 기소유예나 경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방식과 이를 무고한 이 여성의 자신감(?)은 그동안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사법부의 기울어진 판결에 그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으로 제기되는 자성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찰의 이 같은 강압적인 수사행태가 특정 지역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범죄 특성상 고소만 되어도 ‘실체적 사실확인 보다는 일단 성범죄자로 낙인을 찍어 버리기’에 주위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한다.
특히, 그 대상자가 공직이나 교육계에 종사하는 경우 사법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징계절차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의 3종 세트(정신적, 육체적, 경제적)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에 당사자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당사자의 궁핍한 상황을 이용한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동탄 성범죄 무고 사건에서 예를 들어 CCTV가 고장 나서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가정하고, 올해 1월 4일 대법원 판결(대법관 천대엽, 2023도 13081) 이전에 일선 재판부가 이 20대 남자에 대해 유죄의 심증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재구성해 판결문을 상상해 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는 참담하고 끔찍했다.
첫째, 진술의 일관성에 관한 부분이다.
“똑! 똑! 두드려 문을 열어주니 바지를 내리고 용변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며 자위행위를 하다가 ”악“하고 소리를 지르니 도망쳤다”며 경찰신고 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
재판부는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둘째,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
이 50대 여성이 무고의 처벌을 무릎 쓰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20대 남자를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무고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또, 재판부는 이 여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성범죄 피해사실을 이야기하고 일부 진술이 변경된 것과 관련,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20대 남자를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 관련 판례도 많다.
앞서 언급한 판례(대법원 2006도5407, 2006.11.23. 선고, 대법원 2019도2562 2019.9.9. 선고)나 양성평등기본법(제5조 제1항 성인지감수성)외에도 판례는 얼마든지 많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로 인정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판례는 다음과 같다.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를 들며 피고인의 일관된 범행부인과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까지 더해지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것이 모두 인정된다면 형법 298조 강제추행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따라 초범이라도 법정구속과 함께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성범죄 사건은 사실상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가 아닌 피고소인에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성범죄 재판의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았다’는 말이다.
이 변호사는 “섬뜩하지만 여성의 눈물과 일관된 진술을 강력한 유죄의 증거로 보는 인식이 2018년부터 얼마 전까지 재판부에서 성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보여준 일관된 태도였다”면서 “동탄 사건에서 보듯이 동네에서 어쩌다 한 두 번 본 50대 여성이 20대 남자에게 무고할 동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별다른 무고의 동기가 없고, 진술에 일관성만 따진다면 은밀한 곳에서 대부분 일어나는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감정이입을 통해 읽으면서 슬퍼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소설이나 영화도 구체적이고 일관된다”고 비꼬았다.
지난달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오창섭 부장판사)에서는 성범죄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판결이 있었다.
이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특수강간)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10대 A, B군 등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중학생 A군 등은 2021년 11월 경기 의정부시 한 주택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1살 연상인 10대 C, D양을 각각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성관계 이후 C양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도와 달라”고 했고, 그의 남자친구는 곧바로 집으로 달려와 잠자고 있던 A군 등에게 마치 때릴 듯이 위협하며 따졌다.
이에 겁을 먹은 B군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말했고, 스스로 A군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C, D양은 협박과 폭행 등으로 인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경찰에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이 입은 상처는 전혀 없었고, 범행 당시 진술뿐이었다.
A군 등은 수사기관 조사와 법정에 이르기까지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며 범행을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A군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경찰의 부실 내지 편파수사를 지적하며 강하게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피고인측 변호인이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 확보를 위한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시지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조사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경찰은 신고 당시 분위기를 알수 있는 112 신고 녹음내역도 확보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수사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문구를 일부 추가하거나 유리한 문구를 생략하는 작태까지 벌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경찰이 ‘중학생 성범죄자 만들기’에 집중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그동안 성범죄 사건의 경우 고소만 되더라도 마치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소인을 가해자로 확정해서 대하는 일선 경찰서나 검찰, 법원의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면서 “성범죄 사건은 검증의 대상이지, 신념이나 믿음의 대상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여초 커뮤니티나 인터넷을 통해 성범죄 무고 가이드가 널리 떠돌고 있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용어 자체가 모호하고,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이를 사법부의 법적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성범죄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여러 객관적인 정황들이 보이더라도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유죄판결을 하라는 것인데, 이는 유죄의 가능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히 입증된 경우만을 처벌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법리”라고 전제한 뒤 “그로 인해 무고한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법리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요 뉴스를 살펴보면 ‘검찰, DNA 조작 성범죄 무고 혐의 여성 기소’, ‘충북경찰, 28명을 상대로 성행위 유도 3억원 갈취한 공갈단 26명 검거’, ‘29명의 남성을 상대로 앱으로 만나 모텔로 유인 성범죄 합의금 4억5700만원 갈취한 2인조(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이 있다.
올들어서도 ‘병역특례자 성범죄 유도후 2000만원 갈취한 일당 징역형(창원지법 형사6단독 김재윤 판사)’, ‘지인에게 성관계 유도 후 “강간당했다” 수억원 뜯은 20대 실형(청주지법 형사4단독 조수연 부장판사)’ 등 크고 작은 성범죄 무고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성범죄 무고는 특정 연령대나 직업군을 넘어 광범위해졌고, 그 이유도 다양해졌다.
▷금품갈취형 ▷보복형(복수심이나 단순한 배신감) ▷배우자를 상대로 한 불륜사실 은폐 등 사건 무마형 ▷변심형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은 ‘별다른 무고동기가 없는 사건’이라고 법률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들어 타인의 사랑과 관심,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고 부풀려서 얘기하는 ‘뮌하우첸 증후군’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동탄 헬스장 화장실 무고 사건에서 드러났듯 허위신고를 하고도 이 여성은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위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아예 당사자가 결백함을 밝히기도 전에 만신창이로 만든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성범죄 덫’을 놓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자신이 상대방을 성적으로 유혹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뒤늦게 고소하는 것이다.
숙박업소나 대부분 시설의 CCTV 보관 기일 자체가 한 달 안쪽이기 때문에 영상이 삭제된 시점에 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전문 꽃뱀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평범한 상식이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속칭 성범죄 무고 가이드는 성범죄 무고사건의 증가와 날로 대범해지고, 교묘해지는 범행수법에 기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도는 성범죄 무고 가이드에는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소개되는데 상대남에게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 증거로 확보하기, 눈물과 감정에 호소하는 경찰 대화법, 여성 수사관 배정 요청하기, 진술의 일관성 유지방법, 먼저 합의에 대한 언급 금지(기소 후 합의) 등 주의사항까지 매우 구체적이다.
이에 따라 전국 일선 경찰서를 중심으로 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변호사는 “상담을 하다가 보면 직감적으로 추후 합의금을 노린 잠재적 성범죄 무고로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많이 놀랐다”면서 “하루빨리 재판부가 균형을 잡으면서 화성동탄경찰서뿐만 아니라 전국 경찰서를 중심으로 강압적이고 편파적인 수사로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내몰린 사례를 찾기 위한 전수조사가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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