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예산 투입된 워크숍에
조소과 등 비전공 학생도 참관
위법 아니지만 허술한 관리 실태
복지부 뒤늦게 자료 제출 공문
내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발표된 올해 2월 이후, 의료계 안팎에서는 논쟁이 일었다. 의대 실습에 필요한 실습·연구 목적용 시신을 가리키는 카데바가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취재를 종합하면 총량은 충분하나, 일부 대학에 편중된 것이 문제였다. 영리 목적으로 카데바가 활용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영리 목적’ 카데바 활용 논란이 일자 올해 6월 ‘해부 교육 관련 조사’를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 대학의 부실 보고가 문제였다. ▶관련기사 5면
복지부는 헤럴드경제의 ‘보고 누락’ 보도가 있었던 지난 24일 전국 의대(치대·한의대 포함)에 오는 30일까지 ‘재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의료계 등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4일 “행정착오로 인해 제출이 누락된 해부 참관 수업 목록이 확인돼 해부 교육 목록 관련 자료의 재검토를 요청드린다”며 전국 의대·치대·한의대 63곳에 오는 30일까지 누락 자료를 다시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본지가 지난 24일 보도한 문제의 해부학 워크숍은 정부 예산이 투입됐던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비의료인 대상 해부학 교육’이었다. 이른바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으로 명명된 해당 교육 과정은 COSS에 참여하는 홍익대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올해 1월 연세대 치과대학 협조 아래 개최한 프로그램이다.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 수업 당시 연세대 치대에서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 실습 교육이 실시됐지만 올해 6월 복지부가 실시한 ‘해부 교육 관련 현황 조사’에는 해당 워크숍에 대한 보고가 빠져 있었다. 당시 복지부는 일부 의대가 헬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 해부학 강의가 논란이 일자 올해 7월까지 약 한 달에 걸쳐 조사를 실시했는데, 연세대에서는 해당 워크숍에 대한 내용 일체를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관의 행정 착오로 보고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허술한 카데바 관리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현행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제18조의2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시체가 훼손되거나 시체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지 못할 우려가 있을 때 복지부 차원에서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에게 보고 또는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앞서 복지부의 ‘해부 교육 관련 조사’도 역시 법령에 근거한 조사가 아닌 각 대학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사실 연세대의 보고 누락을 위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미켈란젤로 해부학 워크숍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해부 참관 관련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해당 워크숍 홍보 영상에는 미대 조소과 학생이 해부 실습 교육을 통해 ‘(카데바를)직접 해부도 해봤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사 또는 의대생이 아닌 사람이 카데바를 ‘해부’할 경우 이는 불법에 해당한다.
다만 워크숍을 기획한 사업단의 박사범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해부학 워크숍 참여 학생이 ‘직접 해부를 해봤다’고 말한 건 ‘메스를 들고 직접 해부를 했다’는 게 아니라 ‘참관 실습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연세대 치대의 교육 과정에서 이미 해부된 카데바를 이용했기 때문에 워크숍에서 추가적인 해부가 진행된 일은 결코 없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카데바가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해부 교육의 윤리성 등에 대한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고 기증된 시신이 영리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카데바 교육 현황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체해부법에는 연구를 위한 시체(카데바)의 이용 계획에 대해 상세히 규정돼 있다.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의학 연구를 위해 기증된 카데바를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활용할 경우 더 엄격한 심사와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데바(Cadaver) : 연구 목적을 위해 기증된 해부용 시신을 가리키는 의학 용어다. 시신 기증을 위해서는 본인의 동의는 물론 가족의 동의까지 필요하다. 현행법상 카데바에 칼을 대는 등의 해부 행위 일체는 의사 또는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카데바 활용 수업 참관 자격에 대한 법규정은 없으나 카데바에 칼을 댈 경우 불법이다.
이용경·박지영 기자
y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