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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대 늪' 빠진 대통령실 "尹-韓 빨리 만나는게 정답은 아냐" [용산실록]
“독대하려면 결과물 있어야, 경중완급 필요”
김건희 여사 사과엔 “다양하게 의견 청취 중”
세수펑크엔 “빚 더 늘릴 수 없지 않냐”
野 공세-당정갈등 부각 등 국정 부담 고심
용산 대통령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만찬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독대 성사 요건으로 “결과물이 있어야한다”고 27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여론 악화 등에 따라 당정갈등을 촉발시킬만한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기류지만, 독대를 둘러싼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 강행 등 야당의 공세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각종 현안으로 ‘창과 방패’를 동시에 꺼내야 하는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독대는 어느정도 시간을 보면서 적정한 타이밍을 찾아야 하한다”며 “빨리 만나는게 정답이 아니라 ‘경중과 완급’ 고민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건의할 현안으로 꼽혔던 김 여사의 사과 문제, 의정갈등에 대해서도 “독대를 한다한들 의료 문제에 정답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여사 문제도 만나지 않는다고 서로 입장을 모르냐”고 반문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양측 간 독대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만찬 이후 이어진 양측 참모진들 간 날선 발언은 한층 수위가 낮아진 상태다. 독대 불발로 당정 갈등이 부각되면서 양측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독대란 건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해야한다”면서도 “당 대표와의 관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안좋긴 하지만, 정책적 측면에서는 원내 라인과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보조를 맞춰야하는 당정관계만 놓고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당정관계 외에도 지지율 악화, 김건희 여사 문제, 세수 펑크, 의료개혁, 야당의 입법 공세로 인한 거부권 정국 등 각종 부담스러운 문제가 켜켜이 쌓여있다.

기획재정부의 세수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약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결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글로벌 교역 축소, 반도체 업황 침체로 법인세에 그대로 영향을 준 탓이다. 정부는 여유 가용재원으로 세수결손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재원 마련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빚이 (문재인 정부에서) 400조나 늘었는데, 우리가 더 늘릴 순 없지 않냐”며 “긴축재정을 하면서 기존 사업, 신규사업들을 속도조절해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체코 원전 세일즈 등 외교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다는 우려도 크다. 윤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체코 원전 사업을 ‘덤핑, 적자수주’로 공격한 것에 대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여사 문제도 여전히 국정운영에 부담이다.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여사를 단독 채택했다. 또 ‘김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다음 달 초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했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공개행보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팽팽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의 공개행보가 늘어날지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사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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