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감식반이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7월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복날 경로당 살충제 사건'의 범인이 권모(85·여) 씨로 특정됐다. 그러나 그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다.

경북경찰청은 권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했으며, 그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복날 살충제 사건'은 초복인 지난 7월 1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한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경로당으로 이동해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5명이 쓰러진 사건이다. 누군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음료에 농약을 탄 것이었다. 이들의 몸과 커피를 담은 음료수병, 종이컵에서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성분이 검출됐다.

피해자 4명 중 3명은 7월 25∼29일 사이 퇴원했으며, 김모(69·여) 씨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원치료 중이다.

쓰러진 나머지 1명은 권 씨다. 그는 같은 달 18일 봉화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상태가 악화해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가 30일 사망했다.

경찰은 권 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권 씨는 7월 13일 오후 12시 20∼26분 사이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홀로 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권 씨가 경로당 밖을 나와 접촉한 물건들을 국과수 감정한 결과 에토펜프록스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권 씨가 하루 앞선 12일 오후 2시께 경로당 거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었으며, 해당 커피포트와 싱크대 상판에서는 마찬가지로 에토펜프록스 성분이 검출됐다. 권 씨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을 한 결과 그의 위 세척액에서 확인됐던 농약 성분을 배합한 표준 편차 범위 내 유사한 동위원소비를 구성하는 농약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권 할머니는 경로당 회원 간 화투 놀이에 자주 참여했으며, 화투 외에도 권 할머니가 다른 경로당 회원과 갈등 또는 불화가 종종 있었다는 여러 회원의 진술이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인 4명의 할머니에 대해서는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문 치료를 지원했다. 경로당 회원들을 상대로도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경찰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일대에 CCTV 설치 근거 법령을 제정하도록 제도 개선 사항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