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입수 후 태국경찰과 긴밀 협조
지난달 태국 방콕의 한국인 사기조직 콜센터에서 압수한 PC [경찰청 제공]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달 21일 한국과 태국 경찰 수십명이 팀을 짜 방콕의 한 건물에 있던 ‘한국 사기조직’ 콜센터를 덮쳤다. 한국인 8명이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이들이 쓰던 PC를 열어보니 230만개의 한국인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가 발견됐다. 경찰에 붙잡힌 조직원들은 ‘하나금융투자 영업팀장’ 사칭을 하며 미끼를 물 피해자들을 물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인 20대 7명과 30대 1명으로 구성된 사기조직이 지난달 태국 현지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방콕에 사무실(콜센터)를 차리고 전형적인 ‘투자 리딩방’ 형태의 사기를 벌였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국내 금융사 로고가 박힌 그럴싸한 ‘가짜’ 명함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기만했다.
다행히 이들의 범행은 초기 단계에 들통났다. 태국경찰청에 파견된 우리 경찰주재관이 7월 초 한국인 사기조직이 방콕에서 활동한다는 첩보를 현지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했고, 태국 경찰과 함께 이들을 추적했다. 소재를 파악한 뒤 두 나라 경찰은 공동으로 검거에 나섰다. 태국 경찰이 이들을 체포한 혐의는 이민법 위반이었다. 취업비자 없이 현지에서 일을 했단 점을 들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 27일 인천공항으로 송환된 한 사기조직원 [경찰청 제공] |
경찰은 이번 작전 덕분에 사기범행이 초기 단계에서 차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상 사기사건은 ‘사기 당했다’고 인지한 피해자들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간 터라, 사기일당이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입금받은 돈은 모두 빼돌린 뒤다. 반면 이번에는 피해자의 신고는 없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범죄 행위를 먼저 색출하고 차단한 케이스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인을 먼저 잡고 피해자를 밝히는 작업을 하는 이례적 상황”이라며 “현재 피해자 10명을 확보했고 이들의 피해액 2100여만원을 보전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운영한 콜센터 사무실에선 범행에 쓰인 PC 수십대가 있었다. 경찰이 압수했고 하드디스크에서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나왔다. 사기일당이 이번에 검거되지 않고 이 정보를 활용해 범행을 이어갔다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었던 상황.
우리 경찰은 8명의 일당을 지난 27~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했다. 서울경찰청 금융수사대가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일당이 벌인 구체적인 사기 방식 등 범죄 전모를 파악한 뒤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길 계획이다.
나곤 프롬마 태국왕립경찰청 소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태국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첩보입수-체포-국내송환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점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한국과 태국 경찰청이 의기투합해 협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 경찰청에 주재관으로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나곤 프롬마 태국왕립경찰청 소령은 “태국에서 범행한 한국인 피의자들을 검거, 송환하기 위해 한국 경찰청과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교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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