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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S '위대한 수업'이 예산이 없어 못만들게 된다면 괜찮겠습니까?
EBS의 독보적 지식·교양 콘텐츠
콘텐츠를 통한 공적 가치 실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각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나와 대중강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식·교양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지식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한 획을 그었다.

필자도 가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석학과 리더들의 통찰을 얻곤한다. 특히 독서시간이 부족해진 사람들이 보면 높은 지적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유발 하라리, 마이클 샌델(시즌1), 제임스 카메론과 제인 구달(시즌2), 그레고리리 맨큐, 셸리 케이건(시즌3) 등의 강의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시즌3는 노벨상 후보자들이 대거 나와 '노벨상 향우회'라는 평도 들었다.

'위대한 수업'은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EBS 공동 기획으로 지난 2021년 첫선을 보인 이래 시즌3까지 마치고 지난 9월 30일 시즌 4로 돌아왔다. 지난 세 시즌 동안 121명의 석학 및 글로벌 리더들이 출연, 635편의 강연을 선보였다. 세계 석학의 연구와 지식으로 공유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화하는데 앞장서 왔다.

특히, 최근 실시된 지식·교양 프로그램 시청자 평가 조사에서 '위대한 수업'은 '선호도'(81.1점), '재시청 의향'(77.9점), '추천 의향'(76.7점) 등 주요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가장 다시 보고 싶은 프로그램’, ‘가장 추천하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TV 수신료 70원의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직접 돈을 내서라도 듣고 싶은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지식·교양 콘텐츠에서는 어느 프로그램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이 나와 강연하고 견문이 넓어진다", "대중들의 지식교양 수준을 높이는데 최고의 프로그램" 등의 평가가 잇따랐다.

그런데 시즌4가 시작된 이 시점에 '위대한 수업'이 2025년 예산 편성에서 빠져있어 앞으로 '위대한 수업'이 제작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지식의 민주화를 앞당긴 EBS 대표 프로그램이 이대로 제작중단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위대한 수업'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출연자의 강연료다. 시세대로라면 엄청난 강연료를 받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분들이다. 하지만 EBS '위대한 수업'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해하고 적은 출연료로도 섭외에 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허성호 PD에 따르면, "그 분들 중에는 EBS의 공공재적, 공익적 취지와 가치를 이해해주는 분도 많다. 또한 이런 일들을 계속 하다 보니, 세계 석학들을 섭외하는 EBS만의 노하우도 생겼다"고 했다.

'위대한 수업'은 이미 적지 않은 교육적 성과를 거두었다. 우송대학교와 순천향대학교에서는 교양 수업에서 글로벌 플랫폼 '그레이트 마인즈' 강의 영상을 활용하고 있고, 석사 과정 개설(우송대학교),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순천향대학교) 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국립 경상대 등 글로컬 대학을 중심으로 '그레이트 마인즈'를 활용한 다수의 프로젝트 기획이 진행중이다.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등학교 등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를 활용한 고등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협의 중이다. LG전자 전자칠판에 그레이트 마인즈(플랫폼) 강의 시청 가능한 앱 탑재 후 인도 교육 시장에 진출했고, '그레이트 마인즈'를 대학 커리큘럼화 하여 아시아권 대학에도 진출 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LG인화원 등은 임·직원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용 콘텐츠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활용도가 높은 콘텐츠는 방송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시즌4에 이어 시즌5 제작도 확정이 되어야 이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도 다각도로 펼칠 수 있다.

"KBS, MBC, SBS에서 나오는 전문가분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예요. 그런데 위대한 수업은 해외에 계신 학자/전문가분들이 나와서 깊이 있게 사실적이고 왜곡도 없고 데이터 기반의 믿음이 가는 설명해 줘요."(40대 남성)

"다른 프로그램들하고 비교해보면 이거 이상으로 수준 높았던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한국에서도 이렇게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구나 생각했고, TED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요."(30대 남성)

"위대한 수업은 클래식 책 같은 느낌이에요. 유행에 부합하는 게 아니라 사회 이슈들이 여러 개 쌓여서 묵직한 하나의 주제가 되고, 현재 발생하는 사건들이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지금 어떻게 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한번 정리해 주는 느낌."(30대 여성)

"경제학 쪽 강의가 되게 감명 깊었어요…그 강의 듣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젊었을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20대가 강연을 보면서 잘 생각해 보고 그것을 실생활에 실천할 수 있으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아요."(40대 남성)

"위대한 수업의 공익성은 '비용이 들지 않는 평생교육'이에요. 이것만 꾸준히봐도 어디 가서 얘기할 때 몰라서 얘기 못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깊지는 않아도 폭넓은 지식을 가지면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문제가 없거든요."(40대 남성)

"관심 갖고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랬을 때 위대한 수업은 어떤 '연결고리’가 되어줘요. 지식을 넓혀가면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고, 남을 이해시킬 수 있고, 또 남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릇이 넓어지는 느낌이예요."(50대 남성)

"위대한 수업은 다른 프로그램과의 논제 자체가 달라요.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세상을 바라봐야 할지와 같이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있고, 그런 개개인이 모여서 큰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그 사회의 방향성도 제시하는 측면이 있어요."(30대 남성)

"벌거벗은 시리즈, 차이나는 클라스는 보편적인 상식이나 기본적인 면에서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고, 위대한 수업은 사고 체계라든지, 관념, 신념 이런 내적인 부분들의 가치 체계를 좀 더 올려줄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60대 남성)

"(다른 지식/교양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공하는 게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위대한 수업은 돈을 내서라도 들을 수준의 질 높은 내용을 제공해주는 사회적 책임(배울 권리)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요."(40대 남성)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 '위대한 수업'은 시의성, 실용성, 공익성, 교육성, 사회적 책임성 등등을 고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에서 제작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한편, 이제 스타트한 '위대한 수업' 시즌 4는 '위기의 시대'에 집중하고 이를 정면 돌파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위기, 초저출생, 정치적 양극화 등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첫 강연자로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시카고대 정치학)가 출연해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 및 한반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냉철한 현실주의자답게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기에 대해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는다.

또한 정치적 양극화, 세대 단절, 젠더 갈등, 포퓰리즘의 급부상 등 분열된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줄 카스 무데(조지아대 국제정치학)와 레오니 허디(스토니 브룩 뉴욕대 정치학)의 강연과 더불어 팬데믹, 기후 변화, 경기 침체, 부의 양극화 등 초국가적 위기에 맞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마커스 브루너마이어(프린스턴 경제학)와 조앤 윌리엄스(캘리포니아 헤스팅스 로스쿨)의 강연을 통해 알아본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전문가인 앤서니 비버와 마키아벨리 전문가 퀀틴 스키너(퀸 메리 런던대)를 초대해 위기 속 리더의 역할에 대해 탐구하고, 세계 경제학자들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대럴 더피(스탠포드대 경제학)의 강연을 통해 흔들리고 있는 기축 통화, 달러의 미래에 대해 알아본다. 이외에도 '보랏빛 소가 온다'로 마케팅 혁명을 일으킨 세스 고딘,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디디에 쿠엘로 등 각 분야의 최고 석학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끝까지 강연하는 과학철학자 마이클 루스 교수도 볼 수 있다.

시즌4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이주희 팀장(CP)은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위기들의 진정한 해답은 흥미 위주의 피상적인 지식이 아니라 석학들이 전하는 근본적이고 폭넓은 지혜를 깊이 탐구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위대한 수업'은 세계적 지적 유산들을 성실히 기록하며,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담론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대한 수업'은 한마디로 'TV 수신료 70원의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부디 제작 중단 없이 계속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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