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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 반도체 공장 환경평가까지 면제하는데, 우린 정쟁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에 짓는 반도체 공장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주는 법안에 서명했다.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프로젝트들이 대상으로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 일정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칩스법에 따라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환경영향평가로 공장 건설이 장기간 지연될 것이란 우려에 국회와 정부가 속전속결로 대응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환경정책법(NEPA)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앞서 통상 1년 가량 걸리는 환경 심사를 면제하는 내용이다. 지난해말 미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최근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올해 내에 공장 착공에 들어갔거나, 미국 반도체 보조금이 전체 투자액의 10% 미만이거나, 보조금 없이 자체 투자로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칩스법에 따른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치다. 미국은 69조원의 보조금을 내세워 삼성전자, TSMC 등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을 유치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의 상징으로 기대가 크다. 미국의 세계 반도체 생산 비율이 1990년대 37%에서 현재 10%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막대하다.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을 통과시킨 것은 그만큼 절박함이 크다는 뜻이다.

반도체 전쟁에서 보조금 지원은 새로울 게 없다. 지금은 규제를 풀어 누가 더 빨리 대응하느냐의 속도전이다. 일본은 구마모토 TSMC공장 건설시 통상 5년 걸리는 공사기간을 각종 규제를 풀어 1년8개월 만에 지었다. 대만은 TSMC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역 민원과 복잡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착공이 여러 차례 연기되고 있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반도체법이 국회에 여러 개 올라와 있지만 말 뿐이고 진전이 없다.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급한 전력망법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전력망 적기 구축은 요원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되는 2035년 전력 수요량이 14.7GW로 예상되는데 전력망이 확충되지 않으면 지어 놓아도 소용이 없다. 한전 홀로 전력망 건설 인허가와 주민 협의·보상 등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인허가 절차 개선을 법으로 속히 뒷받침해야 한다. 각국이 국가 전략산업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정부와 의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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