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진행 중인 레바논 체류 국민 수송작전을 마친 군과 정부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진행 중인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과 레바논인 가족 1명 등 97명이 정부가 투입한 군수송기를 타고 5일 귀국했다.
이들이 탑승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이날 낮 12시 50분께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시그너스는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군 의무요원 등을 태우고 지난 3일 김해공항에서 출발, 4일 오전(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해 교민들을 태웠고 당일 오후 귀환길에 올랐다.
정부는 레바논과 외부를 잇는 민간 항공편이 사실상 사라지자 군용기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현재 레바논 국적기인 중동항공(MEA)만 현지에서 운항 중인데 이마저도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구출 작전에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와 C-130J 슈퍼 허큘리스를 동시에 전개했다. 대규모 인원의 장거리 수송을 위해 KC-330을 전개하면서 현지 공항이 사용 불가능한 만의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과 전술기동이 가능한 C-130J를 동시에 전개한 것이다.
KC-330은 약 300명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으며 최대 항송거리가 1만5320㎞에 달해 대규모 인원의 신속한 철수에 용이하다. KC-330에는 조종사와 정비사, 적재사, 의무요원 등 34명의 병력과 외교부 신속대응팀 5명이 탑승했다.
조종간을 잡은 오호연 공군 소령은 “대한민국까지 안전하게 모시겠다는 기내방송에 교민분들께서 박수로 답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군 조종사로서 맡은 바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C-330과 C-130J는 작년 4월 수단 체류 교민 철수 지원을 위한 ‘프라미스 작전’ 때도 동시에 투입된 바 있다.
일본과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자국민 구출을 위해 전세기나 군용기를 동원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압달라 라쉬드 부 하빕 레바논 외교장관에게 직접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한국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레바논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빕 장관은 조 장관의 요청에 대해 '잘 알겠다'면서 대한민국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부는 시그너스와 함께 현지 공항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도 투입했지만, 필요한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레바논대사를 비롯한 공관원은 철수하지 않았고 교민 30여명도 이번에 대피하지 않고 현지에 남았다.
정부는 현재 레바논과 이스라엘에는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발령 중이며, 양국 접경 지역에는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내렸다.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며 대형 수송기 역할도 하는 시그너스는 과거 위험 지역에 체류하는 교민 등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여러 차례 투입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았을 때 국민 163명과 일본인과 그 가족 51명, 싱가포르인 6명 등 220명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
2023년 4월 수단 내전 때 현지 교민 28명을 수송한 '프라미스 작전'과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을 때 아프간 조력자와 그 가족 391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에도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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