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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서 ‘노태우 비자금’ 띄우는 정치권 [이런정치]
법무부 국감서 법사위 야당 의원들 잇따라 언급
정청래, 김옥숙 여사 관련 국세청·검찰 자료 공개
“확실한 증거 제공…사회정의 차원서 바로잡아야”
국힘 박준태 “노태우 비자금 수사-환수 여론 높다”
박성재(왼쪽) 법무부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선서를 한 뒤 선서문을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8일 법무부 국감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환수 문제를 거론하며 수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 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밝힌 터라 향후 실제 관련 수사와 추가 환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국감에서 “국감을 준비하면서 제보받았다”며 2007년 국세청 제출 자료와 2008년 검찰 진술서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를 근거로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에 대해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210억원의 차명보험이 적발됐다”며 “자금 출처가 어떻게 되냐고 (국세청이 김옥숙 여사에게) 물었더니, (확인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차명으로 보관했던 게 122억여원, 대통령 재직시 근무했던 비서관 및 그 친인척들 명의 43억여원을 국세청이 확인했다. 그리고 본인 계좌로 33억, 현금 보유 11억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도 주식 장외 거래를 적발해서 물었다. 김옥숙 여사가 진술서를 썼는데 ‘4억원짜리인데 주식이 얼마나 불어난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돼 있다”며 “지금까지 노태우, 전두환 등 비자금에 대해 추적하고 추징을 계속 했는데 이렇게 몰래 은닉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조세범처벌법 규정 등을 언급하며 “이게 지금까지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국세청 자료, 검찰 진술서인데 국세청에서 이걸 알고 덮었다. 검찰도 알고 덮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더디지만 언젠가 얼굴을 드러내게 돼 있다”며 “제가 확실한 증거자료를 제공했다. 사회 정의 차원에서 바로잡아야지 않겠나”라고 박성재 법무부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박 장관은 “탈세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에 과세가 될 것이고, 혐의가 있다면 수사도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법률 검토와 확인을 한 뒤 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 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같은 당 소속 김승원 의원도 법사위 국감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환수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1995년에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4189억원 정도라고 수사 결과 발표가 나왔는데 2628억만 환수되고 1400억여원이 붕 뜬 상태였다”며 “(노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904억원 메모 등이 소송 때문에 드러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동시에 ‘6공 황태자’라고 했던 박철언 씨도 불법 수익에 대해 차명으로 관리해오다가 소송이 붙었던 적이 있고 보과관에 의해 1000억원대 비자금이 나온 적이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그런 것들이 있는데 이런 불법 수익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환수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좀 마련해서 종합감사 때 답변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강구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법무부 국감에서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독립몰수제는 범죄 자체에 대한 유죄 판결과 별도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돼도 범죄 수익 몰수를 가능하게 한다.

박 의원은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던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더 이상 남은 자산이 없다고 했었는데, 노소영 관장 이혼 소송에서 숨겨뒀던 비자금이 더 있다고 예상되는 메모가 나왔다”며 “이에 대해서 수사해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각각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 의혹이 제기된 후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1997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2628억여원의 추징금이 확정됐고,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이를 완납했다. 하지만 완납한 추징금 외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했을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비자금은 확인되지 않았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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