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부터 야생 라쿤에 먹이 줘”
“개체수 급격 증가하며 공격성↑”
미국 워싱턴주 폴스보의 한 가정집 주변에 수십마리의 라쿤들이 모여 있는 모습. [미국 키챕 카운티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에서 한 여성이 먹이를 요구하는 야생 라쿤(미국너구리) 약 100마리에 둘러싸이자 결국 911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폴스보에 사는 한 여성은 최근 911에 전화를 걸어 먹이를 바라는 야생 라쿤 50∼100마리 정도에 자신의 집이 포위당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키챕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 여성으로부터 지난 35년 동안 야생 라쿤에게 먹이를 줘 왔으며, 약 6주 전부터 라쿤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후 밤낮으로 집 주변에 라쿤들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다.
키챕 카운티 보안관실 케빈 매카티 대변인은 “이 여성이 먹이를 준다는 것이 라쿤 마을에 소문이 났는지 라쿤들이 식사를 기대하며 그 집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매카티 대변인은 “이 여성은 라쿤들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 먹이를 요구하고 계속 쫓아다녔다고 말했다”며 “자동차를 세우면 차를 에워싸고 차를 긁고, 현관문에서 자동차로 이동할 때도 이 여성을 에워쌌다”고 전했다.
현장에 출동한 보안관실 직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 곳에 수많은 라쿤 떼가 진을 친 광경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보안관실이 당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라쿤들이 마치 해당 여성의 집 뒤뜰에서 잔치라도 여는 것처럼 모여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먹이를 요구하러 온 라쿤 개체 수가 많아진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주 야생동물 당국에 따르면 곰이나 퓨마와 같은 대형 육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현행 주법상 라쿤의 경우는 먹이를 주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당국은 라쿤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라쿤에게 주는 먹이가 코요테나 곰 같은 다른 육식동물을 유인할 수도 있으니 라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주 야생동물국 대변인 브리짓 마이어는 최근 해당 여성이 라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중단했으며 “라쿤들도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으니 흩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