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GDP 5% 달성 목표…하원 심사 난항 예상
앙투안 아르망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왼쪽)과 로랑 생마르탱 예산 담당 장관이 10일(현지시간) 국무회의 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심각한 재정 적자를 겪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60조원 상당의 공공 지출을 줄이고 30조원 가까운 추가 세수를 거둬들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10일(현지시간) 저녁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1%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를 내년 5%까지 낮추고, 2029년 유럽연합(EU)의 기준치인 3%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재경부가 마련한 예산안의 핵심은 공공 지출 대폭 삭감과 이른바 ‘대기업·부자 증세’다.
재경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413억유로(약 61조원)의 지출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15억 유로(31조8000억원)는 중앙 정부, 50억유로(7조4000억원)는 지방 정부, 나머지는 사회 보장 시스템에서 부담을 나눠진다. 공무원 인원 감축, 연금 인상 6개월 동결, 사법 시스템·노동·교육·스포츠 예산 등에서 삭감을 예정하고 있다.
증세 규모는 193억 유로(28조5000억원)로 책정했다.
이 가운데 136억 유로(20조1000억원)는 기업들에서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매출액이 10억 유로(1조4000억원)를 넘는 대기업들의 2024년, 2025년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게 핵심이다.
매출액 10억 유로 이상∼30억 유로(4조4000억원) 미만인 대기업에 법인세를 20.6% 할증하고, 30억 유로 이상 기업엔 41.2% 할증한다.
약 400개의 프랑스 기업이 한시적 법인세 인상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재경부는 이 밖에 기업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 중단 등도 세수 확보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경부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서 20억 유로(약 3조원)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1인 가구의 경우 소득 연 25만 유로(3억7000만원)를,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50만 유로(7억4000만원)를 초과하는 납세 가구에 대해 최저 소득세율을 20%로 조정한다.
이는 전체 납세자의 약 0.3%, 즉 전체 4070만 가구 중 6만5000 가구에 해당하며, 올해분 소득에 대한 과세부터 시작해 2026년 소득에까지 적용된다.
재경부 산하 로랑 생마르탱 예산 담당 장관은 “우리가 하는 600억 유로의 노력은 전례 없는 규모”라며 “나중에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하려면 지금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은 앞으로 하원 내에서 의원들의 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정부를 구성하는 중도 우파 진영이 하원 내 절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예산안이 하원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도 우파 정부 자체를 비판하는 좌파 진영의 극렬한 반대가 예상된다.
범여권 내에서도 정부의 증세 방침 등 일부 조치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
이 경우 정부는 헌법 제49조3항을 이용해 하원 표결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엘리자베스 보른 당시 총리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였다가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며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은 선례가 있어 약한 지지 기반 속에 막 출범한 새 정부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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