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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한강이 ‘악뮤’ 콕 집은 이유…“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
소설가 한강. [문학동네 유튜브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과거 그가 작품을 쓰는 동안 들었다는 노래들이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한강은 그 해 12월 출판사 문학동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해당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곁에 있어준 노래와 음악'들을 직접 소개했다.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이야기이고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한 마리 새를 구하려고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에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라며 "글을 쓸 땐 아주 조용한 상태에서 다듬기도 하고, 어떨 땐 귀가 떨어질 것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내 글이 고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 그런 감각 속에서 고치기도 한다"고 했다.

한강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있나'라는 질문에 "소설을 쓸 때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시각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바람 소리 같은 장면이 좋겠다거나, 음악이 가진 정서가 있는데 그게 제 안의 정서와 만나서 '그래, 나 이것 쓰고 싶었어' 하고 문득 깨닫게 한다"고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을 풀어낸 장편소설이다. 한강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를 떠올리기 위해 들었다며 조동익의 'Lullaby'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이어 소설을 열심히 썼던 시기에 들었다는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소개하며 "가사 중에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속에는 마지막 한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부분이 특히 너무 좋다"고 언급했다.

또 안드라 레이의 '라이즈 업(Rise Up)'을 소개하며 "소설 1부 1장을 쓸 때 반복해서 많이 들었다"며 "'1000번 일어날 거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큰 종이에 1부터 1000까지 써서 1000일의 날짜를 하루하루 지워가며 '3년 안에는 책이 나오겠지' 생각했고 실제로 1000일이 되기 전에 책이 나왔다"고 했다.

한강은 이 밖에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과 오혁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 등을 추천한 뒤 마지막으로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소개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를 다 쓰고서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며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라는 마지막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서, 사연 있는 사람처럼 택시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한편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지난 2월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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