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서 구원등판
흑인男에 "핑계대지 말고 지지해야"
트럼프측 머스크 등 맞서 빌 클린턴도 투입 예정
유세 대리전 가열
1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로우사이드 이벤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지원 유세에 돌입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해리스 부통령이 초조해진 상황에서 대중 연설에 강점을 가진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구원등판에 나선 셈이다.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 주는 7대 경합주 가운데서도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경합주에서 쌍끌이로 표밭갈이에 나서는 등 후보 대리인들 간 득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나는 국민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이해한다”면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여러분에 좋은 방향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은 자기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니커즈, 고가 시계 등과 함께 '트럼프 성경책'을 파는 것을 거론하면서 “만약 여러분이 이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봤다고 해도 너무 나갔다고 했을 것이다. 이것은 미친 짓”이라고 맹폭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동 사태 때 시위대에 생명의 위협을 받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 대해 보고 받고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특검 기소 내용을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시위대가 자신의 부통령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안 쓰는데 여러분에 대해 신경을 쓸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에 대해서는 “일반 가정에 연 40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고(高)물가를 낮추는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AFP] |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토론 때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을 대체할 ‘콘셉트’가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비판한 뒤 “해리스는 콘셉트가 아닌 여러분을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제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초기 경제 성과를 자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가 당시 괜찮았던 이유는 그것이 내가 만든 경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며 초강경 이민 공약과 관련에 대해서는 “비열하고 추악하다”고 비난했다.
이밖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부가 공화당 지역에는 허리케인 피해 지원을 차별하고 있다는 등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정치적으로 점수를 따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한 뒤 "(트럼프에) 야유(boo)만 해선 안 되며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세에 앞서 캠페인 사무소에 들러 흑인 남성 유권자를 겨냥, 여성이자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강도 높게 촉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그는 “여러분은 갖은 이유와 핑계를 대고 있는데 나는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말은 남성에게 직접 하는 것인데, 여러분이 대통령으로 여성을 두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고 다른 대안과 이유를 내세우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유세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전당대회 이후 처음이다. 그는 다음 달 5일 대선까지 지원 유세를 계속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격으로 당 지지층 결집 뿐 아니라 청년 및 무당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공개한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시간 57%, 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 56%, 펜실베이니아 55%, 애리조나 54%로 조사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코넬 벨처는 NYT에 “그(오바마)는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며, 마지막에 가장 큰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위치한 피츠버그대학교 피츠제럴드 필드 하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며 환호하고 있다. [EPA] |
해리스 부통령이 이른바 블루월(옛 민주당 강세지역)의 핵심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힐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48.7%)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상대로 근소한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인근의 미시간, 위스콘신 등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상대로 반전을 성공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오는 등 초박빙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더힐과 에머슨대가 지난 5∼8일 경합주 7곳에서 투표의향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에서 49%로 해리스 부통령(47%)을 2%포인트(p) 차로 살짝 앞섰고, 조지아(49%), 노스캐롤라이나(49%), 펜실베이니아(49%)에서도 각각 1%p 차로 우위를 점했다.
민주당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경합주를 돌면서 유세 지원에 나선다. 13~24일 조지아주에서 유세한 뒤 노스캐롤라이나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그는 대규모 유세 대신 지역 축제 등에서 한 번에 최대 수백명과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대화할 예정이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