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 효능감’ 못 느낀 것도 원인
히스패닉 젊은 남성 유권자 55% 트럼프 지지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밸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경제 문제 등을 이유로 민주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율은 2016년, 2020년과 비교했을 때보다 올랐다. NYT가 시에나대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흑인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율은 7%에 불과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에도 9%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흑인 지지율은 15%로 올랐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은 78%로, 90% 이상을 보였던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히스패닉계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37%로 집계됐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6%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60% 이상의 히스패닉 유권자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 당시 큰 공을 세운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는 이민, 저소득층에 우호적인 전통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된다. NYT 추산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도 흑인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92%, 히스패닉 지지율은 63%로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밸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
흑인·히스패닉 유권자가 민주당에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 경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서 비(非)백인 유권자와 백인 유권자의 입장 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의 최근 3명 대통령 후보들에 비해 히스패닉계의 지지율이 낮았으며 경제, 이민, 범죄 등 주요 이슈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하는 반 이민 정책에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와 맞닿아있는 미국 남부에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안에 대해 흑인 유권자 40%, 히스패닉 유권자 43%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히스패닉 유권자 45%와 흑인 유권자 41%는 서류가 미비한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는 트럼프 의견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NYT는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대도시 범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며 “심각하다고 답한 백인 유권자(50%)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른 계층보다 경제 이슈에 예민한 흑인·히스패닉 유권자가 트럼트 전 대통령을 지지한 탓도 있다. 흑인 유권자 26%, 히스패닉 유권자 20%만이 “현재 경제 상황이 좋거나 매우 좋다”고 말했다. 반면 과반수 이상의 유권자들은 지난해 물가 인상으로 식료품 지출을 “종종 줄였다”고 답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구호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늘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과반수는 미국이 해외 문제에 덜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트럼프 외교 정책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권자 상당수가 무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전 대선에서 꾸준히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별다른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의 50%이 “해리스 부통령이 더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답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해낼 것이라는 답변은 37%로 예상외의 선전을 보였다. NYT는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는 ‘민주당이 내가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면서도 “‘내가 직면한 문제를 민주당이 해결할 수 있느냐’에 저조한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젊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기를 끌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45세 이하의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 55%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해리스는 38%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NYT는 “표본 수는 18~29세 흑인, 히스패닉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훨씬 더 놀라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