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스라엘 사드 배치·미군 파병 결정이 영향
美대선 전에 공격 감행…미국 신호 안 기다릴 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7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공격한다는 계획을 미국에 알렸다고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트스(WP)가 보도했다
관련 문제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지난 1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등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핵이나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기에 미국으로서는 확전 우려를 다소 덜어낸 셈이다.
한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목표를 조정한 것은 13일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미군 100명 파병을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이 이스라엘에 직접 파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내 사드 배치는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도 네타냐후 총리가 제한된 반격 계획을 세우게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 소식통은 WP에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미국 선거에 대한 정치적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복 수준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미국 대선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네타냐후 총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핵 시설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레드 라인’을 넘게 돼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리는 이스라엘이 공격 범위를 조정한 것이 이란에게 보복 약화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에 미국 대선 날인 11월 5일 이전에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가까운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결정할 사람은 네타냐후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