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메시지, ‘자유’ 강조서 '위협' 부각으로 변화…네거티브 ‘고삐’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워싱턴 크로싱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등판 후 계속됐던 상승 모멘텀이 소실되면서 오차범위 내 대결이 고착되자 유세에서 낙태 문제 등에 대한 ‘자유’를 강조하는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초래할 민주주의 측면에서의 '위협'을 더 부각하면서 초당적 애국심을 연결고리로 반(反)트럼프 표심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 워싱턴크로싱 파크에서 자신을 지지한 100여명의 공화당 내 인사들과 함께 유세를 했다. 그는 유세 현장 인근이 미국의 독립전쟁 때 조지 워싱턴이 이끌던 대륙군이 델라웨어강을 건너 적을 상대로 대승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헌법이 탄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연단에 같이 선 공화당 인사들을 향해 “일반적인 선거라면 여러분이 저와 함께 있다는 게 놀랍고 이례적이겠지만 이번 선거는 그렇지 않다”면서 “왜냐하면 이번 선거에는 건국의 아버지들과 우리 앞의 세대들이 싸워온 민주주의의 이상이 걸려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에 걸린 것은 미국의 헌법 바로 그 자체”라면서 “우리는 오늘 당보다 국가를 우선해야 한다는 핵심적인 믿음을 공유하기 때문에 여기에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헌법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감옥에 갇히거나 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하고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번복 요청을 거절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거론하면서 “그날 펜스 부통령의 애국심과 용기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미국 국민의 의사를 뒤집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내부의 적’ 발언과 관련, “자신을 지지하지 않거나 자기 뜻에 맞추지 않는 미국인은 국가의 적으로 보겠다는 그의 발언을 우리는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겨냥해 미군을 사용한다고 할 때 우리는 그가 누구를 먼저 목표물로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제정신이 아닌 것(unhinged)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4일 펜실베이니아 이리카운티 유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영상을 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내부의 적’ 발언에 대해 “엄청난 위험(huge risk)”, "위험하다(dangerous)”, “점점 더 불안하다”, “제정신이 아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unhinged’ 등의 표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미치광이 좌파’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을 겨냥해 고령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4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과 달리 건강 관련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TV 토론도 불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러분은 그의 스태프들이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면서 “아마도 그들이 그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고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14일 개최한 타운홀 행사에서 30분간 노래만 듣는 상황이 벌어지자 소셜미디어(SNS)에 “그가 괜찮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에 대해 사실상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중순에 대선 후보로 등판하면서 '자유(freedom)'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여성의 선택 문제나 총기 폭력 등에 대한 자유와 함께 기회의 경제를 통해 미국 중산층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주로 부각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런 메시지 기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달라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공화당원 및 남성 유권자, 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스스로를 ‘언더독(underdog·약자)’로 규정했는데 최근에는 실제 전방위로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는 등 대선 대결에서 뒤지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전략에는 리스크도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사실상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해리스 부통령이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할 경우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의 이미지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조시 슈베린은 WSJ에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 걸린 것이 많다는 것을 환기하고 위협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유권자들이 투표하도록 긴박감을 주는 것은 (선거전략) 패키지의 한 부분”이라면서 비전 제시와 함께 위협 부각도 같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