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인도주의 개선 미흡시 지원 제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지속하는 당근책과 함께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채찍을 휘두르는 양면 정책으로 중동 내 확전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3일 약 100명의 병력과 미사일 방어시스템(THAAD·사드)을 추가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에 향후 30일 이내에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려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군사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이 서한이 “위협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6일 50대의 구호 트럭을 가자지구 북부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같은 전략을 취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가자지구에서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민간인을 보호하려는 오랜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조언을 거부하는 행보를 보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문제에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로이터는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민주당 내 일부 진보 활동가로부터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제재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를 지원하라는 미 행정부의 요구에 그동안 이스라엘은 구호물자를 일시적으로 늘리기는 했지만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보낸 서한은 가자지구에서의 분쟁이 시작된 이래 네타냐후 정부에 가장 명확한 ‘최후통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공격을 조만간 단행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토마스 카라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이나 군사 시설에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은) 아마도 최악의 사태를 면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달래는 당근책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의 전직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스라엘에 대한 오랜 안보 교리를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불과 2주 전 이란의 180개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미군을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지분을 실제 게임에 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접근법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결정에 미국이 더 깊이 개입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미국의 압박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을 예방하거나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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