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아히야 신와르.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가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이 확인된 것을 그동안 악화일로였던 중동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새 기회”로 평가하면서 미국의 ‘기여’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는 이제 10월7일 같은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며 “오늘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며 반겼다.

그는 “이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왔다”면서 “신와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으나 이제 그 장애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신와르 제거를 축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두 정상은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이 동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또한 두 정상은 앞으로 수일 동안 직접 및 안보팀간 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부연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방문 중에 신와르의 사망에 대해 “정의가 실현됐으며, 그 결과 미국, 이스라엘, 전 세계가 더 나아졌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마침내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면서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은 석방되며, 가자지구에서의 고통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주민이 존엄성,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이후의 날(The day after)’을 시작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FP]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독일 방문길 기내 브리핑에서 신와르에 대해 “홀로코스트 이래 최악의 유대인 학살에 책임이 있는 살인자 테러리스트”라고 칭한 뒤 신와르의 죽음으로 “우리가 잡기를 희망하는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및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에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이란의 최근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가능성과 관련, 미국이 이스라엘과 “건설적인 소통”을 해왔다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다가올 나날 동안 미국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이 전쟁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가자지구 사람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지난 수 주 동안, 신와르가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소개한 뒤, 종전을 위한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믿으며,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것은 이스라엘의 작전이었으며, 미군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미국은 하마스 지도자 위치 특정과 인질 귀환을 위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기여를 했다고 소개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신와르 사망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신와르 제거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기여’가 있었다는 ‘자찬’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저는 미국의 특수작전 요원과 정보 관련 인사들에게 가자지구에 숨어있는 신와르와 다른 하마스 지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도 신와르를 포함한 하마스 지도자를 이스라엘이 추적하는 데 미국의 정보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분쟁 시작 이래 그들(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지도자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과 싸우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을 19일 앞둔 시점에 발표된 하마스 지도자 사망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환영 반응은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과 연결되는 정권의 외교·안보 성과 관리 측면에서 이 사안이 호재라고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00명 이상을 납치한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기습 테러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군의 ‘제거 1순위’ 표적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