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없이 이동, 사망 직전까지 군에 저항
이스라엘 수감때 DNA와 대조해 신원 확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이스라엘 신병 부대에 우연히 발견해 사살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정보를 바탕으로 표적화한 무장단체 지도자를 사살했지만, 이번엔 숙련도가 떨어지는 훈련병에 의해 예기치 않게 ‘표적 1호’를 제거한 셈이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에 따르면 신와르를 잡기 위해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1년 넘게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정보를 수집했다.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후 신와르는 민간인 사이에 숨어 가자지구 지하에 만들어진 땅굴에 숨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와르는 2011년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난 후 이스라엘군의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꼽혔다. 2021년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집을 폭격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 도시 라파를 순찰하던 중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마주치며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장세력이 은신해 있던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3명의 무장세력이 사망했다.
총격전이 끝난 후 이스라엘 군은 무장 세력이 폭발 장치 등을 숨겼을 수 있다고 판단해 신중하게 건물 안을 수색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현장에서 무장 세력의 시신과 무기, 돈 등을 발견했고 사망한 무장 세력 중 1명이 신와르와 닮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후 이스라엘은 치과 기록과 지문을 통해 신와르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스라엘 감옥 수감시 신와르의 유전자(DNA)를 확보하고 있어 대조가 가능했다.
NYT는 “신와를 발견한 곳은 이스라엘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였다”며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 당국은 오랫동안 신와르가 지하 깊은 곳에 암살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 인질과 함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신와르가 사망한 곳에서 인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신와르 사망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당시 영상에는 파괴된 건물을 수색하던 드론이 의자에 앉아있는 신와르를 발견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망한 신와르는 보호조끼를 입었으며, 권총을 갖고 있었다고 이스라엘군은 전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이 드론을 보낸 건물로 혼자 대피했다”며 “총격으로 손에 부상을 입은 신와르가 드론을 향해 막대기 같은 것을 던지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쟁 발생 이후 몇 달 동안 신와르를 추적했고, 단서를 찾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를 잡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다만 6주 전에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사망한 곳에서 수백 m 떨어진 지하 터널에서 신와르 DNA 흔적을 발견해 추적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신와르가 이스라엘 인질이나 경호원 없이 혼자 이동한 것 또한 이스라엘군의 예상을 벗어났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신와르가 도주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며 죽었다”며 “신와르는 사령관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챙기다가 죽었고 이는 우리의 적들에게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신와르가 사망하면서 남은 하마스 고위 지도부는 약 3명으로 알려졌다. NYT는 칼레드 메샬 전 하마스 정치지도자, 부지도자 칼릴 알-하야, 하마스 정비국 위원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 하마스 군 사령관 무하마드 데이프가 남은 하마스 지도부라고 전했다. 이 중 메샬 전 정치지도자는 1996년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출신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졌다. 알-하야는 신와르의 대리인이자 하마스의 간부로 현재 카타르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