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제’ 방식에 반전 드라마 나와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미국 시민권자가 ‘오늘 투표했습니다(I voted today)’고 적힌 스티커를 인증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진행한 전국 단위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2일(현지시간) 다시 나왔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트럼프 승리로 움직이는 중이다. 전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6명을 확보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해리스 부통령이 더 많은 득표를 하고도 선거에 패한 2016년 대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같은 상황을 반복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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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번째인 미국 대선 사상 전체 득표율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려 낙선한 후보가 다섯 명이 있었다.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온 엘 고어는 전체 득표율 48.4%를 얻으며 조지 W. 부시의 47.9%보다 0.5%포인트 앞섰으나, 26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71명을 확보한 부시 후보에게 졌다. 겨우 다섯 명의 선거인단 우위가 당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고어 후보는 선거 다음날인 11월 8일 오전 2시30분께 미국 방송사들이 부시의 당선을 선언하자 부시 측에 승복 의사를 밝혔지만, 2시간도 되지 않아 번복했다. 당시 플로리다에서의 격차가 0.05% 이내로 줄어들면서 고어 측에서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 달 넘게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지 못한 채 혼란에 빠졌고, 12월 13일 고어 측이 승복하면서 선거가 마무리됐다.
2016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가 전체 득표에서 앞서고도 확보한 선거인단이 적어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패했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전체 득표율 46.1%로 48.2%를 얻은 힐러리 후보에게 2.1%포인트 차로 밀렸다. 그러나 트럼프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거의 모든 경합주에서 승리하면서 선거인단 304명을 확보해 227명에 그친 힐러리를 눌렀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반전 드라마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내놓은 예측도 뒤엎었다. 선거 직전 주요 여론조사에선 힐러리가 1~2%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주가 채택한 승자독식제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 투표하면 그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 주별로 먼저 선출되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통령을 형식적으로 최종 결정하는 간접선거 형태다.
각 주는 상하원 의석수에 따라 모두 538명의 선거인단을 나눠 가지는데 특정 주에서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주 전체를 하나의 투표 단위로 간주해 극소수 표 차이로 이겼다 하더라도 그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을 모조리 차지한다는 뜻이다.
1824년, 1876년, 1888년 대선에서도 득표율에 이겼지만 선거인단 확보에 뒤지며 백악관 입성에 실패한 이변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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